'전북 20년 원클럽맨+유일무이 10회 우승' 최철순, 눈물의 은퇴 인사 "가족들이 더 빛났으면...K7부터 다시 시작"[전주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1.06 07: 18

K리그 우승 10회를 달성한 '원클럽맨' 최철순(38, 전북 현대)이 20년 선수 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 현대는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이벤트 홀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거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을 시작으로 이승우와 송범근, 전진우, 최철순, 홍정호가 참석했다.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아픔을 딛고 '명가 재건'에 성공한 전북이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환골탈태하며 지난 33라운드 수원FC전 승리를 끝으로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그 덕분에 전북은 한국 프로축구 최초로 '라 데시마'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9년 첫 우승 이후 2010년대 전북 왕조를 일군 최강희 감독 시절의 기록에 이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2021년 이후 4년 만의 정상 등극이자 2018년 이후 첫 조기 우승이다.
'리빙 레전드' 최철순도 전북의 10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6년 전북 소속으로 프로 데뷔한 그는 상무에서 뛴 걸 제외하면 오직 전북 유니폼만 입고 뛰었고, 구단의 모든 우승을 함께한 유일한 선수다. 거스 포옛 감독도 최철순을 "레전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기로 한 최철순.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그는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시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새로운 축구를 준비하게 됐다. 지난 시즌 힘든 일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선수들끼리 해보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잘 준비했다. 정호와 고참 선수들, 주장단이 많이 도와줘서 팀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라고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되돌아봤다.
20년 만에 전북과 작별하는 최철순은 "처음에 전북에 왔을 때는 재정 상황이나 선수단이 되게 좋진 않았다. 팀이 갈수록 좋아지고, 한국 축구를 위해 현대에서 재정적으로 많이 지원해주셨다. 클럽하우스도 새로 지었다. 많은 역사를 썼다. 전북이 앞으로도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철순은 전북의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도 전설로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구단 전설이라니 부끄럽다. 앞으로도 이런 레전드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팀에 희생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 마음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게 됐다"라고 전했다.
베테랑 최철순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출전 시간이 적어져도 자진해서 N팀에서 뛰는 등 전북을 위해 모든 걸 쏟았다. 그는 많은 이적 유혹을 뿌리치고 전북에만 남은 이유를 묻자 "선수로서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A팀에서 못 뛸 땐 B팀에 가고 싶다고 감독님께 요청도 많이 했다. 다만 구단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과 나를 향한 대우가 잘 맞아서 이 팀을 택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최철순은 "경기에 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뒤에서 받쳐주는 선수들도 필요하다. 그런 선수들이 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얼마나 운동장에서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솔선수범한다면 후배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년 임했다. 그래도 운동장에서는 재밌고 즐겁게 내 모습을 다 보여드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최철순은 우승이 확정된 뒤 N팀에서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내 욕심이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손해 보지 않게 내가 뛰면 빠지는 선수가 있는지 물어보고 들어갔다. 모든 선수에게 배울 점이 있다. 그걸 잘 캐치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도 배우고, 내 경험치를 나눠주면서 이 팀이 더 똘똘 뭉치고 강한 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라고 밝혔다.
20년 동안 10번의 우승을 경험한 최철순. 그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3명을 뽑아달라는 말에 가장 먼저 '강희 대제' 최강희 감독의 이름을 꺼냈다. 최철순은 첫 번째로 최강희 감독님을 뽑고 싶다. 기조와 틀을 다져주신 덕분에 많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최철순은 "두 번째는 이동국 선수다. 동국이 형이 팀의 문화나 예의 등 모든 걸 많이 바꿔놨다. 팀이 많이 우승하는 데 한 획을 그었다. 마지막으로는 조재진 선수다. 재진이 형이 오면서 마케팅적인 부분이 워낙 커졌다. 팬들도 많이 와주셨고, 더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마케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순위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최철순은 "내가 몇 번째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난 그냥 우승할 때마다 팀에 필요한 요소요소를 많이 도왔던 것 같다"라며 "수비를 하라면 수비를 하고, 중앙이나 측면에 서라고 하면 그렇게 했다. 지금도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위치에서나 보여드릴 수 있다. 공격수를 보더라도 수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고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홍정호는 "너무 겸손하게 얘기했다. 20년간 우승 트로피 10개를 들었다면 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철순이 형이 가장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포옛 감독에게는 '레전드'로 팬들에게는 '최투지'로 불리는 최철순이다. 그는 "감독님이 내 이름을 정확히 몰라서 처음에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그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많이 소통하면서 팀 분위기나 선수 이야기를 물어보신다"라며 "최투지는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다. 내 나름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별명"이라고 전했다.
10개의 우승 반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지로는 첫 우승 반지를 꼽았다. 최철순은 "2009년 첫 우승 때 반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팬들이 경기장에 내려와서 다같이 좋아해 주셨다. 앞으로 전북이 또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최철순은 이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 중이다. 그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박사 학위 공부도 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 트레이닝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실력을 낼 수 있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다. 하고 싶은 건 많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라며 "많이 연구해서 전북이라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은퇴식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애써 감정을 추스른 그는 "나를 위해 고생해준 가족들이 조금 더 빛났으면 좋겠다. 구단에서 많은 준비를 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은 환호를 받으며 은퇴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철순은 "(은퇴에) 가족들 의사가 가장 컸다. 내 의사보다 컸다. 좋을 때 잘 마무리 짓자고 했다. 나는 은퇴 후에도 어디서든 축구를 하고 있을 것 같다. K7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아직도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철순은 "경험치를 많이 얻었다.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내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내 축구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어린 선수들이나 고참 선수들이 잘 융화될 수 있는지 팀이 어떻게 해야 똘똘 뭉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라며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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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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