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알나스르)가 또 한 번 스스로를 향한 비판 여지를 남겼다. 월드컵의 가치를 축소하는 발언을 남기며, ‘GOAT(역대 최고)’ 논쟁에서 불리해진 현재 상황을 에둘러 해명하려고 했다.
호날두는 4일(한국시간)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 나를 최고의 선수로 만드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단 한 번의 대회, 7경기를 이겼다고 최고가 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표면적으로는 “월드컵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메시(38·인터 마이애미)를 향한 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메시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과 함께 발롱도르 통산 8회 수상으로 ‘역대 최고’ 타이틀을 사실상 굳혔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발롱도르 5회, A매치 최다 출전(225경기)·최다 득점(143골)이라는 독보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커리어만 놓고 보면 2006년 독일 대회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이후 그는 16강·8강에 머물렀고, 메시와 달리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과거 메시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을 때 호날두가 “국가대표는 최고의 영광”이라며 복귀를 권유했던 당사자라는 점이다. 정작 지금은 “월드컵이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월드컵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의지를 드러냈고, 오랜 연인 조지나 로드리게스와의 결혼식도 대회 이후로 예정해 둔 상황이다. 그는 “우리는 월드컵이 끝난 뒤, 트로피와 함께 결혼식을 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 밝혔다.
겉으로는 월드컵의 가치를 낮추면서도, 실제로는 여전히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월드컵 결과가 GOAT 논쟁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전 정당화로 보인다는 비판이 따른다. 호날두는 여전히 살아있는 축구 전설이지만, 메시가 월드컵을 통해 상징성을 완성한 뒤 두 선수의 비교는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갈렸다. 그 안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선 긋기’라기보다 ‘후퇴 방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날두의 메시지는 결국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월드컵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나도 우승할 수 있다면 한다"라고 스스로 욕망을 나타낸 것. 스스로 던진 질문이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 셈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