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만 바뀌었을 뿐, 클래스는 그대로였다.’ 손흥민(33·LAFC)이 MLS에 입성한 지 3개월 만에 올해의 신인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리그 전체에 남긴 영향력은 이미 숫자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MLS 사무국은 5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FC의 안데르스 드레이어가 2025시즌 MLS 올해의 신인 선수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신인상은 해당 시즌 MLS에서 첫해를 치른 선수 가운데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선수·구단 관계자·언론 투표가 합산돼 최종 결과가 도출된다.


드레이어는 모든 투표 부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디어 71.75%, 선수 69.09%, 구단 81.48% 등 총합 74.11%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벨기에 안데를레흐트에서 이적해 첫 시즌을 보낸 그는 34경기 19골 19도움을 기록하며 샌디에이고를 서부 콘퍼런스 1위로 이끌었다. 기록만 보면 납득 가능한 수상이다.
하지만 2위는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손흥민은 미디어 7.91%, 선수 7.27%, 구단 3.7%를 받아 총합 6.3%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 부문 모두 2위에 오른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했다. 출전 기간이 짧았음에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이 드러난다.
손흥민은 올여름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LAFC에 합류했고, 리그 적응 기간 없이 초반부터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MLS 데뷔 10경기 만에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생산했고, LAFC의 서부 콘퍼런스 3위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리그 합류 90일 만에 팀의 전략 중심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오스틴F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직접 8강행을 결정지었고, 8월 댈러스FC전에서는 감아 찬 프리킥 골로 ‘올해의 골’ 수상까지 차지했다. 단 3개월 만에 리그 공격 지형도를 뒤흔든 결과다.

미국 현지에서의 평가는 더 직설적이다.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MLS 데뷔는 단순한 이적이 아니었다. 리그의 수준과 인지도를 동시에 끌어올린 사건”이라고 평가했고, MLS 공식 채널은 “드레이어가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고 강조했다.
흥행 효과도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LAFC는 손흥민 영입 이후 평균 관중 수가 18% 증가했고, MLS 글로벌 검색량·SNS 조회수 또한 지난 시즌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리그 전체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손흥민은 LAFC 공격수 데니스 부앙가와 함께 ‘흥부 듀오’로 불리며 플레이오프 8강에 도전 중이다. 신인상은 놓쳤지만, 올 시즌 MLS 최다 화제성·최다 언급 선수는 손흥민이라는 사실에 이견은 없다.
‘신인상 2위’라는 결과는 숫자일 뿐이다. 손흥민의 MLS 첫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의 이름은 이미 새로운 리그 브랜드의 중심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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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 MLS 공식 채널, LAFC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