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옛 감독님께 화도 났지만" '라커룸 히어로' 이승우의 솔직 고백..."전북에 남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전주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1.05 17: 59

이승우(27)가 부족한 출전 시간에도 전북 현대에 남은 이유는 팀에 대한 애정이었다.
전북 현대는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이벤트 홀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거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을 시작으로 이승우와 송범근, 전진우, 최철순, 홍정호가 참석했다.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아픔을 딛고 '명가 재건'에 성공한 전북이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환골탈태하며 지난 33라운드 수원FC전 승리를 끝으로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그 덕분에 전북은 한국 프로축구 최초로 '라 데시마'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9년 첫 우승 이후 2010년대 전북 왕조를 일군 최강희 감독 시절의 기록에 이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2021년 이후 4년 만의 정상 등극이자 2018년 이후 첫 조기 우승이다.
이승우는 우승 지분 이야기가 나오자 "(전)진우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거 같다. 올해 돌아와 무실점 경기도 많이 펼친 (송)범근이도 50% 정도다. 중요한 게 골을 넣는 선수와 골을 막는 선수다. 진우와 범근이가 50%씩 가장 큰 역할을 했다"라며 "나는 경기도 많이 못 뛰어서 한 게 없다"라고 되돌아봤다.
실제로 이승우는 올 시즌 많은 시간을 뛰진 못했다. 시즌 초반엔 주전으로 뛰었지만, 거스 포옛 감독이 전술을 바꾸면서 후반 교체 출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22경기(960분)에서 3골 1도움을 올리며 중요한 순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K리그 라운드 베스트 11에도 3번이나 선정됐다.
포옛 감독도 누구보다 이승우의 공헌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시스템을 바꾸면서 이승우가 자연스레 벤치로 가게 됐다. 스페인어로 직접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얘기를 나눴다. 아무런 오해 없이 솔직한 소통이 가능했다. 이승우에게도 벤치에서 시작하겠지만, 항상 너가 필요하다고 직접 말했다. 이승우도 상황을 잘 이해해 주면서 좋은 대화가 됐다"라고 밝혔다. 전진우와 송범근도 분위기 메이커를 맡은 이승우의 희생이 컸다고 고마워했다.
물론 이승우 본인에게는 고민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는 "당연히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나도 매일매일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주변 선수들도 나를 많이 도와줬다. 나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남아야 하는지 떠나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승우는 "전북에 남아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선수들과 잘 지냈다. 선수들은 서로 경쟁하는 거고,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당연히 감독님께 화도 많이 나고, 좋은 감정만 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다. 나 자신을 잘 컨트롤하고 기회가 왔을 때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묵묵히 잘 지냈다"라고 덧붙였다.
전북에 대한 큰 애정도 드러냈다. 이승우는 "현실적으로 제2의 최철순이 되긴 어렵겠더라. 앞으로 20년을 더 해야 하는데 그럼 40살이 넘어간다. 그러면 제2의 홍정호라도 되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웃었다. 전북은 K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여기에 온 이유도 우승을 하고 싶어서다. 1년 만에 내 바람이 이뤄져서 너무나 기쁘다"라고 밝혔다.
물론 여기서 만족하진 않는다. 이승우는 "앞으로도 전북에서 매년 우승하고 싶은 행복한 마음이다. 전북은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이자 최초로 10번 우승한 팀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잘 준비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이승우는 지난 김천전에서 전진우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우승을 확정했고, 재미 삼아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리머니를 찾았다. 경기 전에 진우에게 보여주면서 같이 하자고 했다. 마침 진우가 골도 넣어서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라며 "진우가 꼭 득점왕이 됐으면 좋겠다. 올해 너무나 잘해줬다. 마지막에 득점왕까지 결실이 이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준비해둔 우승 세리머니도 있을까. 평소 흥겨운 춤사위로 유명한 이승우지만, 그는 "딱히 준비한 건 없다. 선수들끼리 회식도 하고 놀러도 가고 한다. 힘을 아껴둬야 할 것 같다. 물론 세리머니는 하겠지만, 과도한 춤은 하지 않고 재밌게 그 시간을 즐길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제 이승우는 전진우의 득점왕 등극을 전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전진우는 현재 K리그1 15골로 득점 1위 싸박(17골)을 두 골 차로 추격 중이다. 그는 포옛 감독이 페널티킥을 비롯해 조금 더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승우는 "페널티킥 같은 부분을 얘기해봤다. 감독님이 장난식으로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못 들은 척하고 진우에게 주겠다"라며 씩 웃었다. 
앞서 이승우는 포옛 감독이 사생활을 잘 터치하지 않아 좋다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느낀 그대로 이야기한 거였다. 수원FC 시절에는 김도균 감독님, 김은중 감독님이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셔서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다른 팀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진 이유를 축구 외적으로 찾는 게 많더라. 축구 방식이나 컨디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진 건데 그 이유를 늦게 자서, 게임을 해서, 돌아다녀서 같은 사생활로 이야기하더라"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승우는 "내 팀도 아닌데 듣는 사람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한국에 오래 있지 않아서 익숙지 않은 부분도 있을 거다. 항상 느낀 대로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라 내 생각엔 틀린 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했다. 지면 경기 외적 요인 때문에 졌고, 이기면 전술이 좋아서 이겼다는 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소신 있게 말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꿈도 언급했다. 이승우는 지난해 10월 황희찬과 엄지성의 부상 낙마로 홍명보호에 대체 발탁됐고, 이라크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1953일 만의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다. 다만 이후로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승우는 대표팀 이야기가 나오자 "축구를 멈출 때까지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로서 임무이자 목표다. 그런 동기부여를 토대로 하루하루 잘 준비하겠다. 혹시 내년에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끝으로 이승우는 최철순과 홍정호 등 고참 선배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형들이 저희를 잘 챙겨주셔서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과 다같이 회식하는 자리가 있는데 형들이 지원금도 주셨다. 형들 아니었으면 우리가 돈을 좀 많이 쓸 뻔했다(웃음).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철순이 형과 정호 형 덕분에 11월 카드값이 덜 나가게 됐다. 올 한 해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다.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게 됐다. 선배들의 사랑을 꼭 이어가서 후배들에게도 잘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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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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