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26, 전북 현대)가 득점왕 욕심을 드러냈다. 거스 포옛 감독을 향한 투정 섞인 농담도 던졌다.
전북 현대는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이벤트 홀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거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을 시작으로 이승우와 송범근, 전진우, 최철순, 홍정호가 참석했다.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아픔을 딛고 '명가 재건'에 성공한 전북이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환골탈태하며 지난 33라운드 수원FC전 승리를 끝으로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그 덕분에 전북은 한국 프로축구 최초로 '라 데시마'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9년 첫 우승 이후 2010년대 전북 왕조를 일군 최강희 감독 시절의 기록에 이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2021년 이후 4년 만의 정상 등극이자 2018년 이후 첫 조기 우승이다.
전북의 우승에는 전진우의 공이 컸다. 그는 K리그1 33경기에서 15골 2도움을 터트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포옛 감독 밑에서 K리그 정상급 골잡이로 떠오르면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까지 가슴에 달았다.
다만 전진우는 자신의 우승 지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한 명 한 명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무패 행진을 이어갈 때도 교체 선수들이 해준 게 많았다. 그 덕분에 무패 기록이 이어졌고, 조기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줬다. 내 지분도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 다음은 전진우와 일문일답.
- 포옛 감독이 이승우의 역할을 많이 칭찬했다.
나도 경기에 못 나갈 때 기분을 잘 알고 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감정이 왔다갔다 하는 게 사실이다. 승우 형이 많이 못 뛰었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해줬다. 올해 승우 형을 보고 앞으로 내가 경기를 못 뛰면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팀을 위해 이렇게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내가 승우 형의 위치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사람으로서 많이 배웠다.
- 개인상 수상 욕심이 날 법한데. 득점 1위 싸박(17골)과 두 골 차이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개인상 욕심을 내려 한 적 없다. 이제는 우승이 확정됐으니 개인상 욕심도 생긴다. 솔직히 감독님이 더 밀어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페널티킥도 아직 안 밀어주신다. 그리고 경기 뛸 때 수비 안 하면 바로 뺀다고 하셔서 열심히 수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골에 대한 생각보다는 수비에서 뚫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부분이 있다.
우승했으니까 감독님이 조금은 배려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팀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득점왕은 최선을 다해보되 흘러가는 대로 두려 한다. 선수들은 해주려고 많이 한다. 그러나 감독님의 경기 철학이 있다. 승우 형은 이제 수비하지 말고 골만 넣으라고 한다. 진심으로 득점왕 만들어주고 싶어 하더라.
이승우: 감독님께 페널티킥 같은 부분을 얘기해봤다. 장난식으로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못 들은 척하고 진우 주겠다(웃음).
- 송범근도 생애 첫 K리그1 베스트 일레븐 수상 유력 후보다.
올해는 범근이 형 안 주면 안 된다. 범근이 형이 받지 못할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 올해 K리그를 봤다고 하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범근이 형을 뽑아야 한다. 최소 실점과 최다 클린시트다. 선방 능력을 보면 안 줄 이유가 없다. 같이 경기를 뛰면서 선수들끼리 느끼는 게 또 다르다. 이건 '실점했다' 싶을 때 막아준 공이 너무 많았다. 그런 힘이 쌓여서 우리가 우승까지 한 것 같다.


- 여름에 유럽 진출이 무산된 뒤 부침도 겪었다. 지금 되돌아본다면.
여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냥 좋지만은 못했다. 대표팀이 너무나 소중한 기회인데 동아시안컵에서 컨디션 문제로 낙마하기도 했다. 정말 몸이 몇 달간 좋지 않았다. 많이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겨내려 노력했다. 안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결국 선수는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에 신경 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에 남게 됐다. 남은 이상 전북에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팀에 보탬이 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다 잘 결과로 나오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전북은 내게 정말 소중한 팀이다. 다른 팀에 갔으면 이렇게까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거다. 전북에 와서 이렇게 할 수 있다. 전북에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 과거 다른 팀에서 뛸 때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심리적 부분에 영향을 받긴 했다. 전북에 와서 내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과분한 응원을 받았다. 그런 믿음 속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축구하는 게 항상 행복했다. 또 전북에 있는 선수들 모두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라 함께하는 게 영광이다. 많은 도움을 받아서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 포옛 감독이 MVP 후보로 박진섭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알고 있었는지.
감독님이 날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냥 감독님이 경기를 많이 뛰게 해주셔서 감사한데 조금 더 잘해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감독님이 아무 말도 못하게 했어야 한다. 내가 더 잘했다면 감독님도 당연히 내 얘기를 해주셨을 거다. 일단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득점을 더하면 포옛 감독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수비를 안 하면 빼는데...한번 수비를 덜 해보겠다. 감독님이 뭐라고 하실지 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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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