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떠난 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토트넘 홋스퍼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리그2(4부리그) 팀 같다는 굴욕적인 평가까지 들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을 향한 제이미 캐러거의 잔인한 공격. 그는 토마스 프랭크의 팀이 첼시에 패한 뒤 주저 없이 '리그2 팀 같았다'라고 평가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2일 안방에서 '런던 라이벌' 첼시에 0-1로 패했다. 한 골 차로 진 게 다행일 정도로 졸전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첼시에 압도당하며 두들겨 맞았고,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선방으로 간신히 1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공격이 무뎌도 너무나 무뎠다. 이날 토트넘은 90분 내내 슈팅 3회, 유효 슈팅 1회에 그치면서 기대득점(xG) 0.05에 그쳤다. 이는 2012-2013시즌 이후 504경기 만에 나온 최저 수치였다. 관련 기록이 집계된 이후 최악의 경기를 펼친 것.

특히 상대가 첼시이기에 더욱 뼈아픈 완패다. 토트넘은 첼시만 만났다 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패배로 2023년 2월 이후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약세를 이어가게 됐다.
경기 후 혹평이 쏟아졌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리버풀 줄신 캐러거는 자신인 본 '최악의 경기력'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시즌부터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프랭크 감독의 앞날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캐러거는 "걱정스럽다. 프랭크는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토트넘은 리그에서 잘하고 있고, 많은 골을 넣고 있다. 하지만 작은 클럽에서 빅클럽으로 도약하는 프랭크와 다른 감독을에게 큰 문제는 실제로 그들의 축구를 팀에 입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경기는 마치 FA컵에서 프리미어리그 팀과 리그2 팀이 만난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너무나 차이가 컸다. 이는 빅클럽 중 하나로 커리어를 도약하는 감독에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의 부진도 꼬집었다. 그는 지난여름 이적료 5200만 파운드(약 977억 원)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몬스는 첼시전에서도 전반 7분 루카스 베리발의 뇌진탕으로 교체 투입됐지만, 최악의 경기력으로 후반 28분 재교체됐다. 심지어 주앙 페드루에게 결승골을 내주는 장면에서 무책임한 백패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캐러거는 "시몬스는 경기 내내 형편없었다"라며 그의 자신감 부족과 엉성한 플레이를 비판했다.
친정팀의 경기를 지켜본 토트넘 출신 제이미 레드냅 역시 "만약 복싱 경기였다면 심판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을 것"이라며 "첼시는 너무 쉽게 경기를 풀었다. 토트넘은 속도도, 아이디어도 없었다. 상대가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랭크 감독이 부임한 뒤 수비는 단단해졌지만, 공격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이다. 손흥민이 미국으로 떠난 뒤 윌손 오도베르, 마티스 텔, 브레넌 존슨, 시몬스 등이 왼쪽 날개로 뛰고 있지만, 손흥민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 베리발을 왼쪽에 배치하기도 하는 상황. 토트넘으로선 손흥민의 이탈이 더욱 후회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충격적인 장면까지 포착됐다. 경기 후 프랭크 감독은 선수단에게 홈 팬들 앞에서 인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실망한 팬들이 야유를 쏟아내자 반 더 벤과 스펜스는 프랭크 감독과 안드레아스 게오르그손 세트피스 코치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가버렸다.
당연히 반 더 벤과 스펜스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반 더 벤은 토트넘 팬들의 기대를 많이 받는 핵심 수비수이자 이날 주장 완장을 찬 주인공이었기에 더욱 많은 실망을 안겼다.
결국 선수들이 먼저 사과했다. 프랭크 감독은 "반 더 벤과 스펜스가 어제 내 사무실에 와서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미디어 세상에서 나쁘게 보이거나 오해를 사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나나 팀에 대한 무례는 전혀 없었다. 그들은 우리의 경기력과 경기 중 야유에 실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두 선수의 행동이 용납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질문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우리가 가진 작은 문제들 중 하나"라며 "반 더 벤과 스펜스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은 지금까지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쳐 왔다. 우리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SPN, 스카이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