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 첫 미드 라인 개입이 성공했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비디디' 선수이 라인 관리도 너무 좋았고, 도움을 준 '커즈' 선수의 폼도 좋았고요. '아 오늘 이길 수 있겠다'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4강 첫 세트에서 글로벌 골드 7000의 열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준 KT는 결국 창단 13년만에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을 밟게 됐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전통 e스포츠 명가를 자처했지만, 유독 LOL 국제대회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던 KT가 그간 설움을 딛고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스코어' 고동빈 감독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강력한 우승후보 젠지를 꺾고 결승에 오른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꼼꼼하게 밴픽부터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창단 첫 결승 진출의 비결을 전했다.

KT는 지난 1일 오후 중국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젠지와 경기에서 베테랑 '비디디' 곽보성과 '커즈' 문우찬을 중심으로 선수 전원이 맹활약하면서 3-1로 승리, 청두에서 열리는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KT는 오는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결승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이번 대회 파워랭킹 1위로 강력한 우승후보 였던 젠지는 또 다시 4강 관문을 넘지 못하고 씁슬하게 퇴장하게 됐다.
경기 후 OSEN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고동빈 감독은 "정말 실감이 안난다. 4강전을 다시 생각해도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플레이적으로 잘한 부분이 너무 많아 더 기쁜 승리"라며 결승 진출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고점이 굉장히 높다고 항상 생각했다. 강점을 살리는 밴픽과 챔피언을 쥐어주면 다른쪽이 아닌 우리 손으로 승패를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최대한 우리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챔피언을 찾아 플레이 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젠지와 4강을 이길 수 있던 이유를 설명했다.
고동빈 감독은 LCK 3번 시드로 나섰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KT가 경기를 거듭할 수록 날카로워 질수 있었던 비결을 선수단 전체가 참가하는 밴픽 회의라고 귀뜸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마다 티어가 바뀔 수 있다.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3명의 코치진이 기본적으로 밴픽 티어를 정리해 놓고, 선수단 전체회의를 통해 더 모양을 갈고 닦는다. 대회 기간 내내 꾸준하게 밴픽을 정리한 것이 젠지와 4강전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
T1과 TES의 4강전을 치르기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동빈 감독은 KT의 결승전 맞수로 T1을 예감했다. 고 감독은 "월즈의 T1이라는 말이 있다. T1은 이번 롤드컵을 치르면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 무조건 T1이 올라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T1과 결승전을 점쳤다.
그럼에도 고동빈 감독은 KT만의 색깔을 보이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전 상대전적에 위축되기 보다는 4강에서 우승후보 젠지를 제압한 것 처럼 결승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결승전에서 설령 T1을 만나도 우리의 플레이와 플랜을 잘 지킨다면, 4강 젠지전 처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최대한 상대를 잘 분석해 주준비해 보겠다. 결승전에서도 시즌 초 안 좋았던 상황에서 응원 해주셨던 팬 분들을 위해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