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스MMA 소속 웰터급 파이터 고석현(32)이 또 한 번 옥타곤을 지배하며 UFC 2연승을 완성했다. 상대의 체격, 경험, 타격 스타일을 모두 무력화한 경기였다. 결과는 3-0, 판정이 아니라 ‘완승’에 가까웠다.
고석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베가스 110: 가르시아 vs 오나마’ 언더카드 웰터급 경기에서 필 로(미국)를 상대로 30-26, 30-27, 30-27 심판 전원일치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UFC 데뷔 이후 2연승, 종합격투기 통산 13승 2패를 기록했다.


상대 로는 키 191cm, UFC 6전, 니코 프라이스 제압·닐 매그니와 접전을 펼친 베테랑급 타격가였다. 반면 고석현은 177cm. 신체조건만 보면 불리한 매치업이었다. 그러나 실제 옥타곤 안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다. 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압박 – 성공률 높은 테이크다운 – 장시간 컨트롤. 경기 전체를 고석현이 설계하고 지배했다.
경기 초반, 고석현은 로가 원거리 타격 리듬을 만들기 전에 곧장 거리를 좁혔다. 중심을 낮추고 타이밍을 빼앗아 테이크다운 성공. 이후 상위 포지션을 유지하며 엘보와 파운딩으로 일방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로는 일어나도 다시 눌렸다. 1라운드 주도권 100% 장악.
로가 거리 유지 타격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고석현의 대응은 빠르고 정확했다. 왼손 훅으로 턱을 가격해 충격을 입힌 뒤, 곧바로 테이크다운 연결. 컨트롤 타임이 9분을 넘어가면서 로는 사실상 공격 의지를 잃었다. 주먹이 아니라 체급·심리·호흡까지 짓누르는 운영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고석현의 체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압박 강도는 더 올라갔다. 로가 킥과 펀치로 승부를 걸었지만, 고석현은 또 한 번 타이밍을 빼앗아 테이크다운. 로의 왼팔을 고정시킨 채 파운딩을 날렸고, 종료 순간까지 주도권을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UFC 레전드 코미어의 극찬까지 나왔다 이날 중계 해설을 맡은 대니얼 코미어는 경기 중 내내 고석현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신인 중 이렇게 완성된 파이터는 처음”이라며 “3라운드를 싸우고도 숨조차 헐떡이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운영”이라고 말했다. 옥타곤에서 실력뿐 아니라 ‘파이터 체질*이라는 평가까지 얻은 셈이다.
고석현은 지난해 ‘DWCS(컨텐더 시리즈)’에서 9전 전승이던 이고르 카발칸티를 초살 KO시키며 UFC와 정식 계약을 따냈다. UFC 데뷔전에서는 기대주 오반 엘리엇을 꺾으며 언더독 반란을 일으켰다. 미친 체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석현의 질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