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 아르테타(43) 아스날 감독이 남긴 이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문제는 그 ‘한 장면’의 주인공으로 손흥민(33·LAFC)을 사실상 지목했다는 점이다.
영국 매체 ‘트리뷰나’는 1일(한국시간) “아르테타 감독이 지난 시즌 우승 실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손흥민의 놓친 찬스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승점 89점으로 2위를 기록했고, 맨체스터 시티가 91점으로 우승했다. 승점 차이는 단 2점. 아르테타는 이 미세한 격차가 “한 장면에서 갈렸다”고 말했다.
그 ‘한 장면’은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2024년 5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순연 경기. 아스날 입장에서는 맨시티가 승점을 잃어야 희망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기 막판, 손흥민에게 역습 일대일 찬스가 찾아왔다.

후반 41분, 중앙을 돌파한 손흥민은 에데르송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하지만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결정적인 동점 기회는 사라졌다. 불과 몇 초 뒤, 맨시티는 역습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했다.

결국 아스날은 단 2점 부족으로 우승을 놓쳤고, 손흥민의 ‘일대일 실축’은 시즌 전체의 흐름을 바꾼 장면으로 회자됐다. 다만, 그건 팬들끼리의 화제였을 뿐, 현직 감독이 공식적으로 입에 올릴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런 뉘앙스의 멘트를 남겼다. 그는 기자 회견에서 “우승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갈린다. 일대일 찬스를 넣느냐 놓치느냐, 그런 순간이 시즌 전체를 바꿔놓는다"고 답했다.
기자가 “혹시 손흥민의 장면을 말하는 거냐”고 묻자, 아르테타는 미소를 지은 뒤 “여러 순간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손흥민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상황. 결국 “손흥민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는 해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팬들 반응은 즉시 거세졌다. 토트넘 팬들은 “자기네가 우승 못 한 걸 왜 손흥민 탓으로 돌리냐?”라거나 “패배를 남 탓으로 돌리는 순간 지도자의 품격은 무너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따.

일부 아스날 팬들은 옹호했다. 아슨라 팬들은 “아르테타가 손흥민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디테일의 중요성을 말한 것뿐이다"라거나 “경쟁 구도 속에서 그런 장면을 의식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은 아스날을 조롱하거나 비판한 적도 없다. 더군다나 해당 상황은 빅 찬스 미스이었을 뿐, 악의적 플레이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르테타의 발언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도 잃은 경기, 패한 경기, 선수단 컨디션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었다. 그걸 외부 선수의 한 번의 슈팅 실패로 연결시키는 건 자기 책임을 희석시키는 프레임처럼 보일 수 있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리그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10경기 8승 1무 1패, 승점 25. 아르테타는 “지난 시즌의 아픔을 교훈 삼아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논란은, 아르테타가 놓친 진짜 디테일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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