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의 철벽은 여전히 견고했다. 유럽 5대 리그 역사에 남을 ‘개막 15연승’ 기록의 중심에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한국인 센터백이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일(한국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9라운드에서 레버쿠젠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리그 9연승(승점 27), 챔피언스리그 3연승, DFB 포칼 2연승, 슈퍼컵 우승까지 더해 시즌 개막 15경기 전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역사에서도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기록이다. ‘절대 강자’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독주체제. 그 가운데 김민재가 지키는 바이에른의 뒷문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쾰른과의 DFB 포칼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던 김민재는 이날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이날 그의 파트너는 요나탄 타. 하지만 존재감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수비 리딩과 커버, 빌드업 가담까지 모든 면에서 김민재가 한 수 위였다.
특히 전반 25분 장면이 백미였다. 레버쿠젠이 역습을 시도했으나 김민재가 그 움직임을 완벽하게 읽고 가로채기 성공. 공을 이어받은 키미히가 노이어에게 연결했고, 이 패스가 다시 역습의 시발점이 됐다.
불과 15초 뒤, 그나브리가 침투 패스를 받아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깔끔한 마무리. 김민재의 차단 → 빌드업 전개 → 선제골로 이어진 교과서적 장면이었다.
바이에른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31분엔 라이머의 오른발 크로스를 잭슨이 헤더로 밀어 넣어 추가골. 43분엔 게헤이루의 크로스가 상대 발 맞고 굴절돼 자책골까지 유도했다. 그야말로 한 방에 끝낸 전반전. 레버쿠젠은 이미 백기를 든 상태였다.

이후 경기의 테마는 간단했다. “김민재가 얼마나 더 완벽하게 틀어막느냐.” 그리고 그는 실수 한 번 없이 후반 45분을 완성했다. 레버쿠젠은 점유율만 높였을 뿐, 제대로 된 결정적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공격수들은 김민재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섰고, 패스 루트는 계속 차단됐다.
기록은 더 선명하다. 패스 성공률 95%이나 지상 경합 성공률 60%, 태클 성공률 67%,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1회에 불과하다. 굳이 화려하게 보일 필요도 없었다. “실수 없는 수비수”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줬다. 푸트몹 평점 역시 김민재가 7.7점, 파트너 타는 7.3점.
같은 수비라인이지만 체감 존재감은 완전히 달랐다. 타가 친정팀 상대로 거친 파울 4회에 그쳤다면, 김민재는 경고 없이도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이쯤 되면 ‘김민재의 경기력은 일상이 됐다’는 말이 무색하다. 매 경기 팀을 안정시키고, 매 경기 상대 공격을 지워버리고, 매 경기 기록을 남긴다. 오히려 반대다. 그가 실수해야 뉴스가 되는 수준. 그만큼 김민재는 ‘완성형 센터백’의 영역에 들어섰다.
뮌헨은 지금 승점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경쟁 중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한복판에 대한민국 출신 수비수가 당당히 서 있다. 김민재의 존재는 이제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라 우승 설계도에 포함된 핵심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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