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심판 149명이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에서 심판들의 충격적인 스포츠 베팅 스캔들로 누더기 징계가 나왔다.
튀르키예 축구협회(TFF)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축구 징계위원회가 제22차 회의에서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다"라며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TFF에 따르면 베팅 스캔들에 연루된 152명의 심판 중 149명이 8개월에서 1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계속해서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F는 이들에게도 추가로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하지오스마놀루 TFF 회장은 "튀르키예 축구의 명성은 경기장에서 노력의 신성함과 변함없는 정직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가치를 배신하는 모든 행위는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니라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번 스캔들은 지난주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지난달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튀르키예 축구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겠다. 우리는 눈엣가시이자 고통스러운 배면인 심판 커뮤니티부터 시작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프로 리그에서 활동하는 571명의 현역 심판 중 371명이 6개 베팅 회사 중 하나 이상에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물론 심판들도 베팅 계정을 이용해 해외리그 경기를 시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TFF 조사에 따르면 계정을 가진 371명의 심판 중 무려 152명이 실제로 축구경기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7명이 1부리그 심판, 15명은 1부리그 부심, 36명이 2부리그 심판, 94명이 2부리그 부심이었다.
도박 중독에 가까운 사례도 적발됐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10명의 심판이 10000건 이상의 베팅을 실행했고, 1명은 18277건 이상의 베팅을 했다. 42명의 심판은 개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베팅을 했다. 일부 심판은 한 번만 베팅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베팅된 경기의 대부분은 해외 리그 경기로 확인됐지만, 충격적인 스캔들임에는 틀림없다. TFF 규정 제6222호에 따르면 심판의 불법 베팅 혐의는 5년의 법적 시효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이 언급한 일들은 모두 5년 이내에만 국한된 사건이다. 사실은 더 많은 베팅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심판진뿐만 아니라 모든 팀과 선수들까지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축구연맹(UEFA)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해 합동 조사를 펼칠 예정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방송 '하베르튀르크에' 따르면 TFF는 이미 클럽과 선수들에 관한 조사도 시작했다. 약 3700명의 선수들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더 큰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이유다.
쉬페르리그 구단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조사 내용을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 중이다.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 등은 베팅 계좌가 확인된 심판들이 맡은 경기와 실제로 참여한 베팅 내역과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했던 김민재나 알란야스포르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의 출전 경기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페네르바체를 지휘했던 무리뉴 감독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페네르바체에 부임한 그는 한 시즌간 팀을 이끈 뒤 지난 9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무리뉴 감독은 여러 차례 튀르키예 심판에 대한 분노를 터트렸다. 그는 심판 판정을 비난했다가 출전 금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고, 외국인 심판 도입을 환영하면서 쉬페르리그를 '독성이 있는 리그'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페네르바체만 유독 판정 피해를 입는다고 항의하곤 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1월 튀르키예 축구의 시스템적 문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튀르키예에 오기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믿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와 보니 내가 들은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페네르바체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다. 진실의 절반만 말했고, 나머지는 숨겼다. 모든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지난 2월 갈라타사라이와 '이스탄불 더비'에서 0-0으로 비긴 뒤 폭발했다. 그는 당시 주심을 맡았던 슬로베니아 출신 슬라브코 빈치치 심판을 향해 "주심은 최고였다"라고 칭찬했다.
그런 뒤 무리뉴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심판 탈의실에 갔다. 물론 4번째 심판은 튀르키예 심판이었다. 그에에게 당신이 주심이었다면 재앙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주심이라면 큰 다이빙 이후 갈라타사라이 벤치가 아이들 위에 있는 원숭이들처럼 뛰어다니기 때문"이라고 독설을 뱉어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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