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회상하며 또다시 손흥민의 이름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년이 지나도 같은 장면을 거론한 데 대해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책임 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 매체 ‘트리뷰나’는 1일(한국시간) “아르테타 감독이 우승 여부를 가른 불운의 변수로 손흥민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 선두 경쟁을 펼친 끝에 승점 2점 차로 준우승에 그쳤고, 아르테타가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은 것이 바로 손흥민의 일대일 찬스였다.
문제가 된 경기는 2024년 5월,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순연 경기였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41분까지 1-0으로 앞서 있었다. 이때 손흥민은 완벽한 역습 상황에서 수비 라인을 돌파해 에데르송과 1대1 기회를 잡았다. 골이 터질 경우 경기 흐름은 뒤집히고, 아스널이 다시 우승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슈팅은 에데르송에게 막혔고, 곧바로 이어진 맨시티의 역습에서 추가 골이 나오며 스코어는 2-0으로 벌어졌다. 결국 그 경기 결과가 시즌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최종 승점은 맨시티 91점, 아스널 89점. 단 2점이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기회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아르테타는 시즌 종료 후에도 그 장면을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는 “그(손흥민의) 슈팅이 막히는 순간, 우리 집 아이들은 식탁 밑으로 숨어버렸다”고 말하며 웃어넘겼지만, 속내에는 분명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아르테타는 여전히 이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승은 결국 세부적인 장면에서 갈린다. 일대일 찬스에서 넣었느냐, 놓쳤느냐. 그것이 시즌 전체를 결정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그 장면이 손흥민을 말하는 건가?”라고 묻자, 아르테타는 잠시 웃으며 “나는 많은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장면을 다시 꺼내자, 영국 팬들 사이에서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에서는 “우승을 못 한 건 아스널이 스스로 놓친 경기 때문인데 왜 손흥민을 거론하냐”라거나 “책임을 외부 변수로 돌리는 건 좋지 않다”는 반응이 등장했다.
아스날 팬 일부는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토트넘 팬들만 좋아할 일”이라며 냉소적인 기류를 보였다.
또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한 아스날 팬은 “아르테타가 손흥민을 언급한 건 책임 회피가 아니라 ‘작은 장면 하나가 시즌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는 옹호 역시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이라는 이름이 기자의 입으로 직접적으로 거론되면서 논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라이벌 구단 선수이기도 한 만큼, 민감도가 더 높아졌다.

한편 아스널은 이번 시즌 다시 우승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2025-2026시즌 개막 9경기에서 7승 1무 1패, 승점 22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르테타는 “우리는 작년보다 더 냉정해졌다. 작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속에는 “아무 장면도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학습 효과가 담겨 있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을 떠나 LAFC에서 뛰고 있다. 이적 후 빠르게 적응하며 서부컨퍼런스 3위 도약에 기여했고, 현재 팀은 MLS컵 진출을 노리고 있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영국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아스널 우승을 막은 남자”라는 표현이 회자된다.
우승 경쟁의 기억은 끝났지만, 그 장면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르테타에게 남아 있는 아쉬움이 ‘그날의 손흥민’이라면, 진짜 극복해야 할 대상은 맨시티가 아니라 어쩌면 그 기억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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