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손흥민 때문이라니”… 아르테타, 1년 지난 지금도 ‘그 장면’ 언급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1.01 20: 48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회상하는 자리에서 또 한 번 손흥민의 이름을 꺼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예상 밖의 언급이었다.
영국 매체 ‘트리뷰나’는 1일(한국시간) “아르테타 감독이 우승 여부를 가른 불운의 변수로 손흥민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당시 아스널은 맨체스터 시티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단 2점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시즌 전체를 돌이켜본 아르테타가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꼽은 것이 바로 손흥민의 일대일 찬스였다.

문제의 경기는 2024년 5월,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순연 경기였다. 무대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맨시티가 1-0으로 앞서던 후반 41분, 손흥민은 완벽한 역습 상황에서 수비 라인을 따돌리고 에데르송과 1대1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의 발 끝에 집중했다. 골이 들어갈 경우 맨시티는 승점을 잃고, 아스널은 다시 우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은 에데르송의 다리에 막혔다. 그리고 몇 초 뒤, 맨시티는 역습으로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2-0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아스널의 희망은 사실상 꺼졌다. 최종 승점은 맨시티 91점, 아스널 89점. 단 2점 차. 손흥민의 찬스가 득점으로 이어졌다면 결과는 뒤바뀔 수 있었다.
아르테타는 시즌 종료 후에도 그 장면을 몇 차례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의 슈팅이 막히는 순간, 우리 집 식탁 밑에 아이들이 들어가 숨었다”며 웃어넘겼지만, 표정에는 미묘한 씁쓸함이 남아 있었다.
아스널 팬들 역시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순간을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아르테타는 여전히 이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승은 결국 세부적인 장면에서 갈린다. 일대일 찬스에서 넣었느냐, 놓쳤느냐. 그것이 시즌 전체를 결정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그 장면이 손흥민을 말하는 건가?”라고 묻자, 아르테타는 잠시 웃으며 “나는 많은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다시 우승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2025-2026시즌 개막 9경기에서 7승 1무 1패로 승점 22점을 기록,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아르테타는 “우리는 작년보다 더 냉정해졌다. 작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속에는 ‘작년의 아쉬움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편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을 떠나 MLS 소속 LAFC에서 활약 중이다. 여름 이적 후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서부컨퍼런스 3위 도약에 기여했고, 플레이오프에서 MLS컵을 노리고 있다.
비록 무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토트넘 팬들 사에서는 손흥민을 두고 “아스널 우승을 막은 진짜 레전드”라는 표현이 회자된다.
아르테타의 발언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은 작은 장면 하나로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아스널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식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르테타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손흥민’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스널이 이번 시즌 그 기억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을까. 아르테타는 여전히 “우승을 결정짓는 건 작은 차이”라고 말한다. 1년 전, 그 차이를 만들어낸 건 손흥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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