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이 리암 델랍(22)의 쓸데없는 퇴장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첼시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리그컵(EFL)컵 4라운드(16강)에서 울버햄튼을 4-3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치열한 난타전이었다. 첼시는 전반에만 잇달아 3골을 뽑아내며 손쉽게 승리하는가 싶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안드레이 산투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15분 타이리크 조지가 제이미 기튼스의 낮은 크로스를 추가골로 연결했다. 여기에 전반 41분 이스테방이 절묘한 왼발 칩슛으로 득점하며 3-0을 만들었다.


후반전 울버햄튼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후반 3분 황희찬이 공을 끊어내고 올라간 뒤 스루패스를 찔러넣었고, 이를 토루 아로코다레가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기록했다. 후반 28분엔 데이비드 묄레르 올페가 왼발 슈팅으로 득점하며 한 골 차까지 따라잡았다.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공격수 델랍이 7분 사이에 두 장의 옐로카드를 받으며 퇴장당한 것. 그는 후반 34분 예르손 모스케라와 경합 후 신경전을 벌이다가 첫 번째 경고를 받았고, 후반 41분엔 상대와 공중볼 경합에서 팔꿈치로 거친 반칙을 범하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말았다.
당연히 마레스카 감독은 즉각 폭발했다. 그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델랍을 붙잡고 강하게 질책했다. 후반 15분 교체 투입한 선수가 30분도 안 돼서 레드카드를 받고 나오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2달간 결장했던 델랍의 복귀전이었다.
그래도 경기는 첼시의 승리로 끝났다. 후반 44분 기튼스가 요렐 하토의 헤더를 받아 득점하며 울버햄튼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기튼스는 홀로 1골 2도움을 올리며 첼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울버햄튼은 추가시간 묄레르 올페의 골로 다시 한 골 차를 만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8강 진출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한 골 차로 승리한 첼시가 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레스카 감독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는 "오늘 우리는 완전히 불필요했던 레드카드를 받았다. 매우 멍청했다. 절대적으로 멍청한 반칙이었다. 우리는 퇴장을 피할 수 있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레스카 감독은 "브라이튼전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처럼 어려운 퇴장이라면 전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노팅엄전 퇴장과 오늘 퇴장은 피할 수 있었다. 오늘 같은 퇴장이 나오면 당혹스럽다. 곤란하다. 7분 동안 옐로카드 두 장을 받았다. 둘 다 피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델랍이 첫 번째 경고를 받은 뒤 4~5번이나 그에게 '침착해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 안에서 아마 자신만의 플레이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 사실을 깨닫고 주변의 얘기를 듣는 데 애를 먹는 것 같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첼시는 최근 9경기에서 5명이나 퇴장당했다. 마레스카 감독이 리버풀전에서 극장골에 기뻐하다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레드카드만 6장을 받았다. 그가 델랍의 황당 퇴장에 이토록 화가 난 것도 이해가 가는 이유다.
마레스카 감독도 지금까지는 선수들을 감싸안아 왔다. 그는 상대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저지하려다 퇴장당한 로베르트 산체스와 트레보 찰로바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길 꺼렸고, 발을 높이 들어올려 퇴장당한 주앙 페드루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태클로 퇴장당한 말로 귀스토도 '투지'를 보여줬다고 포장하며 강하게 질책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신을 '선수를 벌하는 타입의 감독이 아니다'라고 밝혔던 마레스카 감독이지만, 이번만큼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디 애슬레틱도 "델랍은 자신의 잘못이 마레스카 감독의 가장 강한 비판이 된 것에 대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감독의 공개 비판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델랍을 동정하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매체는 "델랍은 토요일에 있을 토트넘과 리그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마레스카로선 그가 꼭 필요한 경기였다"라며 "마레스카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델랍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선수단 전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이는 확실한 선을 긋는 순간이다. 델랍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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