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UFC 10승을 다음으로 미룬 박준용(34)이 '컴뱃 삼보 세계 챔피언' 이크람 알리스케로프(32·러시아)와 맞대결을 되돌아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코리안탑팀'의 유튜브 채널 '격투라이프'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박준용과 이크람의 경기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눈 아래 멍이 들어있는 박준용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게 됐다"라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밝혔다.
박준용은 지난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야스섬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린 'UFC 321: 아스피날 vs 간' 언더카드 경기에서 알리스케로프에게 만장일치 판정패(30-27, 30-27, 30-27)했다.


아쉬운 결과다. 박준용은 더 강자로 여겨지던 알리스케로프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웠고, 여러 차례 유효타를 넣는 투혼을 보여줬다. 실제로 알리스케로프의 얼굴 역시 경기 후 성하지 못했다. 박준용에게도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박수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날 박준용은 타격으로 알리스케로프를 잘 압박했지만, 알리스케로프의 장점인 레슬링에 당했다. 아무래도 그라운드 싸움에선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박준용은 2라운드 막판 일어나 알리스케로프를 잘 압박하면서 희망을 남겼다. 그러나 알리스케로프도 노련했다. 그는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주문대로 3라운드 압박해 들어온 박준용에게 카운터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승리를 굳혔다.
경기 후 알리스케로프도 박준용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여줬다. 그는 "박준용은 계속 압박해 들어왔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한 상대였다"라며 "이런 특이한 파이터는 만나보지 못했다. 주먹으로 때려도 계속 압박했고, 테이크다운 해도 일어나서 계속 압박했다"라고 상대를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랭킹 15위였던 알리스케로프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던 박준용. 비록 10승 도전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경기였다.


박준용은 격투라이프 채널을 통해 "타박상이라 괜찮다. 많은 생각이 든다"라며 "열받고 분하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그런데 연습 때 잘 되던 것도 시합에선 잘 안 되더라. 시합에서 나오는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아예 긴장도 안 됐고, 몸놀림도 좋았다. 그런데 버팅(박치기) 한 번 당하고, 코에 펀치를 몇 대 맞으니까 체력이 많이 빠졌다. 호흡도 불편했다. 그 또한 시합의 일부다. 그런 경험을 많이 느꼈다"라며 "(패인은) 테이크다운이다. 두 번째는 밤새도록 생각해 봤는데 경기 흐름을 끊을 칼이 없었다. 이크람은 분위기를 자를 옵션이 있었는데 나만의 옵션이 부족했다"라고 되돌아봤다.
박준용은 "3라운드 때 너무 보내려고만 생각하고, 레슬링을 아예 생각 안 했다. 그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부족했다. '조금 더 침착하게 몰아놓고 때렸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가 밤새 계속됐다"라며 "이번 시합은 10점 만점에 6~6.5점짜리였다.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면 비슷비슷한 실력에 각자의 주 종목이 하나씩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상대방을 끌어오느냐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응원해 주시는 모습 보고 큰 힘이 났다. 늦은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진짜 좋은 경기력으로 찾아뵀어야 하는데"라며 "그런데 진짜 열심히 싸웠다. 최선을 다해 싸웠다. 다시 체육관 나가서 때리고, 맞고, 뒹굴고 열심히 준비하겠다. 다음 시합 꼭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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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FC, 격투라이프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