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매각'과 '억만장자 감독'.. '빚더미' 브라질 축구의 아이러니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5.10.28 19: 31

브라질 축구가 아이러니한 현실에 직면했다. 자국 대표팀 감독에게는 '황제 대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축구의 성전'이라 불리는 마라카낭 경기장을 팔아야 하는 처지이다.
일본 '사커다이제스트웹'은 27일 리카르도 세티온 특파원이 쓴 "'벤치의 억만장자'는 구세주인가 낭비인가, 카를로 안첼로티의 셀레상(브라질 대표팀의 별명)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란 제목의 칼럼을 번역해서 내놓았다. 
이 칼럼은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대표팀 감독이지만, 이는 브라질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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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적인 명장 안첼로티 감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만 1000만 유로(약 168억 원)이며, 월드컵 우승 시 500만 유로(약 84억 원)의 보너스가 붙는다고. 성적 인센티브와 초상권 수입 등까지 포함하면 최대 급여 외에 최대 1000만 유로를 더 받을 가능성도 있다. 
브라질축구협회(CBF)는 여기에 안첼로티 감독의 전용 주택, 비즈니스석 항공권, 방탄 차량과 운전기사, 24시간 경호원, 유럽 코칭스태프 급여까지 모두 부담한다. 현지 언론은 평균 연 소득이 약 100만 엔(약 945만 원) 수준에 머물고 수백만 명이 실업 상태인 나라에서 받는 보수인 점을 들어 그를 '벤치 위의 억만장자'라고 부르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안첼로티 감독 체제의 브라질은 지금까지 6경기 동안 3승 1무 2패에 그쳤다. 한국을 5-0으로 대파했지만 일본에 2-3으로 역전패하면서 브라질 현지에서는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 "구세주인가 낭비인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CBF가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무너진 자존심을 찾기 위해서다. 월드컵 최다(5회) 우승국 브라질은 2002 한일월드컵 우승 이후 지금까지 월드컵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은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8년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 모두 8강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4위에 올랐으나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이라는 참사를 당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결별하고 리우에 도착한 직후 "셀레상의 운명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 브라질은 '성과'보다는 '과시적 투자'로 더 주목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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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브라질에서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영국 '더 선'은 스페인 '마르카'를 인용, "리우데자네이루 주정부가 중앙정부에 진 17억 파운드(약 3조 2600억 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마라카낭을 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마라카낭은 1950년과 2014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세계 축구의 성전'이라 불린다. 무엇보다 브라질 축구의 역사와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플라멩구와 플루미넨시의 홈구장이기도 한 이 경기장은, 이제 '재정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매각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마르카에 따르면 리우 주정부는 경기 한 번을 개최할 때마다 14만 파운드(약 2억 70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경기장이지만 매각 시 약 2억 8000만 파운드(약 5376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브라질 전역에서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결국 브라질 축구의 모순된 현실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팀 감독에게는 수백억 원을 쏟아붓지만, 정작 그 대표팀의 뿌리가 된 성전은 팔려 나가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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