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공한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세영(22, 삼성생명)이 연달아 중국 선수들을 무너뜨리며 2주 연속 결승에 올랐다. 이번에도 상대는 중국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세계 랭킹 2위 왕즈이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25일(한국시간)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열린 2025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천위페이(세계 랭킹 5위)를 2-1(23-21 18-21 21-16)로 제압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짜릿한 역전승으로 천위페이를 잡아내며 결승에 올랐다. 천위페이와 상대 전적도 마침내 14승 14패 동률을 만들었다. 지난 8월 2025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패했던 아픔을 되갚아준 안세영이다.

![[사진] 소후 홈페이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26/202510260000773141_68fcf09e72156.jpg)
또한 안세영은 이번 승리로 올해 국제대회 개인전 62승을 달성했다. 그는 13개 국제대회에서 62승 4패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우승도 무려 8번이나 차지했다. 만약 안세영이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른다면 시즌 9관왕을 달성하며 자신이 2년 전 세운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87분의 혈투를 벌였다. 1게임부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안세영은 긴 랠리 끝에 첫 점수를 내줬지만, 금방 따라잡으며 10-7을 만들었다. 천위페이도 휴식시간 이후 기세를 올리며 17-14까지 치고 나갔다.
마지막까지 승자를 알기 어려웠다. 안세영이 연속 4득점을 올리며 20-18로 역전하자 천위페이도 게임 포인트에서 연달아 3점을 따내며 21-20으로 뒤집었다. 1게임 최후의 승자는 안세영이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절묘한 사이드 공격으로 천위페이를 무너뜨리며 다시 연속 3득점하며 23-21로 승리했다.
2게임도 치열했다. 안세영은 게임 초반 4-8로 끌려갔지만, 무려 7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11-8로 휴식시간을 맞이했다. 그러나 천위페위의 뒷심이 대단했다. 안세영이 17-14로 리드를 잡았지만, 천위페이가 연달아 3점을 획득하며 17-17로 따라잡았다. 그리고 챌린지에 성공하며 17-18로 뒤집은 뒤 1점을 더 추가했다.
역전을 허용한 안세영은 17-19에서 마침내 18번째 득점을 따내며 흐름을 끊는가 싶었지만, 이후 내리 3점을 내줬다. 2게임의 승자는 천위페이가 되면서 승부는 3게임으로 향했다. 두 번째 게임도 32분이나 펼쳐졌다.

이미 한 시간을 싸운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확실히 발놀림이 무거워진 모습이었다. 3게임 초반 집중력은 천위페이가 조금 더 좋아 보였다. 천위페이는 3점을 먼저 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당황하지 않고 10-10 동점을 만들었고, 한 점 뒤진 채 인터벌을 맞았다. 그리고 안세영은 14-15에서 끈질긴 수비와 정확한 공격으로 5득점을 몰아치며 19-15로 승기를 잡았다. 결국 천위페이가 마지막 공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결승 진출의 주인공은 안세영이 됐다.
1시간 27분의 혈투를 마친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나란히 코트 위에 쓰러져 숨을 고른 뒤 악수를 나눴다. 해설진은 "안세영이 더 강했다. 환상적인 여자 단식 준결승 경기였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사진] 넷이즈 홈페이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26/202510260000773141_68fcf09fee025.jpeg)
중국 배드민턴으로선 너무나 아쉬운 결과다. 8강에서도 4강에서도 자국 선수가 안세영에게 덜미를 잡혔기 때문. 특히 4강 대진에서 안세영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선수였지만, 천위페이가 접전 끝에 안세영에게 패하면서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이지 못하게 됐다. 이번에도 안세영에게 막혀 우승을 놓칠 수 있게 된 것.
중국 '넷이즈'는 안세영을 '대마왕'이자 '한국 천재 소녀'라고 표현하며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정상급 고수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첫 세트부터 고퀄리티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낙하지점을 노리는 영리한 리턴으로 상대를 움직이게 하며 체력을 소모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의 천재 소녀 안세영은 실수를 제어하며 더 높은 퀄리티의 공격으로 첫 세트를 승리했다. 그는 3세트에서도 끈즐기게 추격했고, 결국 점수 차를 벌리며 승리를 확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영의 결승 상대는 왕즈이다. 왕즈이는 준결승에서 한웨(중국·3위)를 2-1로 누르고 올라왔다. 넷이즈는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세계 랭킹 2위 왕즈이와 맞붙게 됐다. 왕즈이가 좋은 활약을 펼쳐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에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길 기대한다"라고 희망을 걸었다.


다만 안세영은 왕즈이의 천적이나 다름없다. 그는 지난주 열린 덴마크 오픈에서도 결승에서 왕즈이를 2-0(21-5 24-22)으로 물리치며 시즌 8번째 우승을 손에 넣었다. 1게임에선 단 5점만 내주는 압도적 경기력을 자랑했고, 2게임에선 10-18에서 경기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특히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7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상대 전적은 14승 4패에 달한다. 안세영은 덴마크 오픈 우승으로 단일 시즌 슈퍼1000 대회 3승을 거둔 첫 번째 여자 단식 선수에 등극하며 배드민턴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2주 연속 가장 높은 곳에서 왕즈이와 만나게 된 안세영. 중국으로선 '안세영만 없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8강에서 중국의 가오팡제(세계 랭킹 14위)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고, 4강에서도 천위페이를 탈락시켰기 때문.
사실상 안세영의 압도적 퍼포먼스만 아니었다면 준결승부터 중국만의 잔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연달아 중국 선수들을 돌려세웠기 때문에 이제는 우승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으로선 왕즈이가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안세영 상대 7연패를 끊어내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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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