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 안세영(22, 삼성생명)이 이번에도 중국과 일본의 우승을 막아세울까.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3일(한국시간) 프랑스 세숑셰비네 글라즈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 오픈 16강에서 미아 블리크펠트(덴마크·랭킹 20위)를 2-0(21-11 21-8)으로 제압했다. 전날엔 32강에서 인도의 안몰 카르(랭킹 39위)를 2-0(21-15 21-9)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올해 국제대회 개인전 60승을 달성했다. 그는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13개의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60승 4패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승률은 무려 93.75%에 달한다.


안세영은 블리크페트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블리크펠트는 직전 열린 덴마크 오픈에서 안세영의 라이벌 중 한 명인 천위페이(중국·랭킹 5위)를 2-0으로 제압하며 이변을 썼던 선수지만, 안세영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안세영은 1게임에서 11-5로 휴식시간을 맞이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는 16-7에서 연달아 4점을 내주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반격을 허용한 안세영은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연속 5득점을 올리며 게임을 끝내버렸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안세영은 2게임은 더욱 손쉽게 따냈다. 그는 시작하자마자 7-1까지 치고 나갔고, 이후로도 혼자서 점수를 쌓으며 격차를 벌렸다. 결국 안세영은 블리크펠트에게 단 8점만 허용하며 빠르게 경기를 매조지었다.
무난히 8강에 오른 안세영의 다음 상대는 중국의 가오팡제다. 가오팡제는 세계 랭킹 14위지만, 올 시즌 안세영과 만나 5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마지막 맞대결은 지난 5월 싱가포르 오픈 32강전으로 당시 안세영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8강 대진이 완성된 가운데 한중일 3국 선수들만 남아있다. 한국은 안세영과 김가은(세계랭킹)이 생존했고, 중국은 천위페이와 가오팡제, 왕즈이(랭킹 2위), 한웨(랭킹 4위)가 8강에 올랐다. 일본은 야마구치 아카네(랭킹 3위), 미야자키 도모카(랭킹 8위)가 살아남았다.
먼저 한중전과 한일전이 성사됐다. 안세영은 가오팡제, 김가은은 왕즈이를 상대한다. 미야자키와 한웨가 맞붙고, 야마구치와 천위페이가 4강 진출을 두고 다툰다.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은 역시 야마구치-천위페이다. 둘은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안세영의 숙적이기도 하다. 올해만 놓고 보면 안세영이 각각 상대 전적 4승 1패, 4승 2패로 앞선다.
그러나 통산 전적은 야마구치와 15승 15패로 동률이며 천위페이엔 13승 14패로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 올해 안세영이 기록한 4패 중 3패도 두 명에게 나왔다. 그는 천위페이를 상대로 2번, 야마구치를 상대로 1번 패했다. 나머지 1패는 중국 오픈 4강에서 한웨와 맞붙던 도중 무릎 부상으로 기권한 경기다.


한편 안세영은 프랑스 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시즌 9승째를 수확한다면 여자 단식 BWF 월드투어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 타이를 이루게 된다. 현재 최고 기록은 안세영이 2년 전 기록한 9승이다. 2025년 안세영이 2023년 안세영에게 도전하는 셈.
올해 남은 대회는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11월 호주오픈(슈퍼500)과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스(중국 항저우)까지 총 3개다. 만약 안세영이 모두 정상에 오른다면 자신의 종전 기록은 물론이고 모모타 켄토(일본·은퇴)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작성한 한 시즌 단식 최다 11회 우승 기록까지 따라잡게 된다.
2025년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오픈·전영 오픈·인도네시아 오픈(이상 슈퍼1000), 인도 오픈·일본 오픈·중국 오픈(이상 슈퍼750), 오를레앙마스터스(슈퍼300)를 제패했다. 그는 지난주 덴마크 오픈에서도 일본 선수를 3명이나 떨어뜨린 뒤 결승에서 한웨를 누르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로써 배드민턴 새 역사도 탄생했다. 안세영은 단일 시즌 슈퍼1000 대회 3승을 거둔 첫 번째 여자 단식 선수에 등극하며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중국 '소후'도 "한국 천재 소녀 안세영이 시작하자마자 화력을 발휘하며 왕즈이를 21-5로 꺾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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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