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 이제는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일본도, 중국도 고개를 숙였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덴마크 오픈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시즌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은 19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 오픈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세계 랭킹 2등)를 2-0(21-5, 24-22)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올해 출전한 12개 국제대회 중 무려 8회 우승, 승률 93.5%(58승 4패). 누적 상금 30억 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배드민턴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는 말 그대로 ‘안세영을 위한 무대’였다. 16강부터 준결승까지 모두 일본 선수들이었다. 니다이라 나츠키, 미야자키 토모카, 그리고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까지—3연속 일본 선수들을 모두 꺾었다.
특히 야마구치에게는 지난 코리아오픈 결승 패배를 완벽히 설욕했다. 결승에서는 작년 덴마크 오픈에서 자신을 꺾었던 왕즈이에게 복수 성공. ‘한·중·일 삼국지’에서 완벽히 정상에 선 셈이다.
1987년 이후 38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덴마크 오픈 우승. 그 의미는 상징적이다. 안세영은 “항상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내 플레이를 믿고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결승전서 안세영은 압도적이었다. 1세트는 시작부터 압도였다. 안세영은 1점을 내준 뒤 곧바로 연속 5득점으로 흐름을 잡았다.
이후 8-3 상황에서 다시 6점을 연속으로 쓸어 담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완벽했다. 21-5, 불과 15분 만에 첫 세트를 마무리했다.

2세트는 드라마였다. 왕즈이는 초반부터 빠른 템포로 몰아붙이며 10-18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하지만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부터다”라는 듯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놀라운 집중력으로 연속 8점을 따내 18-18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듀스 접전 끝에 24-22로 마무리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1세트에서는 기술로, 2세트에서는 정신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왕즈이는 경기 후 “안세영은 완벽했다. 모든 면에서 준비돼 있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앞서 일본 매체 ‘스포니치’는 “야마구치가 안세영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그녀는 단 한순간도 틈을 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넷이즈’는 “첫 세트부터 일방적이었다. 왕즈이는 이미 세계 2위지만, 안세영과의 격차는 너무 크다”며 “그녀는 기술, 체력, 집중력,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왕즈이는 4연패, 안세영은 시즌 8승째. 두 선수의 기세는 더 이상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체 ‘차이나 프레스’는 안세영의 우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매체는 “한국의 천재 소녀 안세영(安洗瑩)이 시작부터 압도적인 화력을 발휘하며 세계 2위 왕즈이를 21-5로 제압했다. 2세트에서 왕즈이가 배수진을 쳤지만, 안세영의 역습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우승은 한국 여자 단식의 38년 한을 끊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안세영은 8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속 득점으로 극적인 역전극을 완성했다”며 “그녀의 집중력과 정신력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세계 1위의 품격을 완벽히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중국 주요 포털 댓글란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안세영은 진정한 챔피언이다”라거나 “왕즈이도 훌륭했지만 레벨 차이가 느껴진다”, “이 정도 집중력이라면 누구도 못 이긴다” 등 찬사가 줄을 이었다. 패배한 중국 팬들조차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덴마크에서 왕좌를 되찾은 안세영은 곧바로 프랑스로 향한다. 22일부터 프랑스 렌에서 열리는 BWF 슈퍼 750 프랑스 오픈에서 시즌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그가 이번 대회마저 제패한다면, 자신이 2023년에 세운 ‘단일 시즌 9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올해 남은 대회는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11월), 월드투어 파이널스(12월)까지 세 곳. 모두 제패할 경우, 일본의 전설 모모타 켄토가 2019년에 세운 한 시즌 단식 최다 11회 우승 기록까지 따라잡게 된다.
2025년 안세영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다. 그는 이미 ‘기록의 주인공’이며, 스스로 세운 벽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세계를 무릎 꿇린 안세영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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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