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인기 겸비' 베컴급 슈퍼 스타 인증한 손흥민, 밀란이 원한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23 00: 15

‘베컴의 길’을 손흥민이 다시 걸을까. 미국 무대를 뒤흔든 손흥민(33, LAFC)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유럽 축구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이 손흥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탈리아 매체 ‘셈프레 밀란’은 22일(한국시간) “AC밀란이 손흥민을 단기 임대 형태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베컴을 데려왔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이야기는 단순한 이적설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바로 ‘베컴 조항(베컴 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데이비드 베컴은 미국 LA갤럭시에서 뛰면서도 유럽 무대를 그리워했다. MLS는 겨울에 리그가 멈추는 춘추제 시스템이라, 베컴은 비시즌 동안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다시 유럽 무대를 밟았다.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베컴 룰’.
당시 베컴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밀란에서 활약하며 미국 리그의 흥행을 끌어올렸고, MLS가 유럽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후 티에리 앙리도 2012년 뉴욕 레드불스 소속으로 아스널에 잠시 복귀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제 그 역사의 뒤를 잇는 이름이 손흥민이다.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의 LAFC 계약에는 MLS 비시즌 기간 동안 유럽 구단과 단기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이른바 ‘베컴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예외 규정이 아니라 MLS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제도다.
매체는 “손흥민의 커리어와 상징성,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감안하면 잉글랜드 복귀 가능성도 있지만, 베컴의 전례를 가진 밀란이 가장 현실적인 행선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지난여름 토트넘을 떠나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200만 달러(약 315억 원)에 LAFC에 합류했다.
결과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단 10경기 만에 9골 2도움. 드니 부앙가와 함께 3경기 연속 해트트릭 합작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흥부 듀오’로 MLS를 평정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존재는 경기장 안팎에서 ‘손흥민 효과’를 만들어냈다. 유니폼 판매량은 폭발했고, 홈경기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미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MLS 전체의 흥행 판도를 바꿔놨다”며 “이제 팬들은 손흥민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LAFC는 손흥민 합류 후 공격 템포와 전진 패스 비율이 리그 최상위권으로 치솟았다. 그는 단순한 스타를 넘어 리그의 경기 흐름 자체를 바꾼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런 퍼포먼스는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다. 세리에A 선두를 달리고 있는 AC밀란은 시즌 초반 5승 1무 1패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문제는 득점력이다.
밀란은 리그 7경기에서 11골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18골을 기록한 인터밀란과 비교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공격 전개가 단조로워진 상황에서, 손흥민의 폭발적인 속도와 침투 능력은 밀란이 원하는 완벽한 카드다.
특히 밀란은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 투톱을 중심 전술로 들고가고 있다. 하파엘 레앙이 분전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부진하기에 결정력을 가진 손흥민의 존재가 빛날 수 있는 것.
MLS 시즌은 2월 개막해 10~11월에 종료된다. 시즌 종료 후 약 석 달간 공백기가 생기는데, 이 기간 동안 ‘베컴 조항’을 통해 손흥민이 유럽 무대에 임시 등록되어 뛰는 것이 가능하다.
셈프레 밀란은 “손흥민이 단기적으로 밀란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의 명성과 마케팅 효과는 리그 전체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변수는 체력과 부상 관리다. 영국 ‘더 선’은 “손흥민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유럽 임대보다는 휴식과 컨디션 유지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는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팀과 리그 모두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손흥민은 MLS ‘올해의 골’ 후보에 이어 ‘신인상’ 후보까지 오르며 리그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시즌 중반 합류한 선수가 이런 후보 명단에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손흥민의 선택은 단순히 한 선수의 커리어 문제가 아니다. 그가 베컴이 열었던 길을 잇는다면, 이는 아시아 축구가 세계 축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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