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몰락’ 살라, 7경기 연속 필드골 0… 리버풀 4연패 늪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22 00: 25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33, 리버풀)가 흔들리고 있다. 왕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리버풀은 20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리버풀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개막 5연승으로 리그를 주도하던 팀이 단 3경기 만에 4위까지 추락했다. 9년 만의 안필드 맨유전 패배는 상징적이었다.
초반부터 꼬였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리버풀은 코디 각포를 중심으로 맨유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그의 슈팅이 세 번이나 골대를 강타하며 불운이 겹쳤다. 후반 33분 각포의 동점골로 겨우 균형을 맞췄지만, 단 6분 뒤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 한 방에 다시 무너졌다.

문제는 단순히 경기력의 기복이 아니었다. 살라의 침묵이 리버풀 부진의 핵심으로 꼽혔다. 이날도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살라는 존재감을 잃었다. 후반 20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그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나며 유효슈팅조차 만들지 못했다. 터치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살라답지 않았다.
슬롯 감독은 여전히 살라에게 특혜를 준다. 33세가 된 살라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오로지 공격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공격에서 영향력을 잃으면서 팀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다. 결국 살라는 후반 40분, 굴욕적으로 교체됐다.
현지 언론의 반응은 냉정했다. 영국 ‘스탠다드’는 “최근 4경기 연속 침묵한 살라의 또 다른 조용한 경기였다”며 평점 4점을 줬다. ‘미러’는 “한때 맨유의 악몽이던 살라가 이제는 스스로 그림자가 됐다”며 5점을, ‘골닷컴’은 “8야드 거리에서 찬스를 날려버린 리버풀의 핵심.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고 혹평했다.
이제 살라의 문제는 단발성 부진이 아니라 시스템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8경기 2골 2도움 — 그중 한 골은 페널티킥이다. 필드골은 7경기째 ‘0’. 리버풀 입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시즌 29골 18도움을 기록했던 ‘커리어 하이’의 잔상이 무색하다.
팀을 위해 수비 가담을 줄였지만, 이제는 공격에서도 파괴력이 실종됐다. 리버풀이 4연패 수렁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니다. 팀의 심장인 살라가 식었기 때문이다. 그를 중심으로 설계된 슬롯의 전술은 이제 독이 되고 있다.
리버풀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는 “지금의 살라는 더 이상 모든 경기를 소화할 단계가 아니다. 선발 명단에 무조건 포함될 선수는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브렌트포드·프랑크푸르트 원정 모두에서 선발로 나서면 안 된다. 쉬게 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한때 살라와 비교되던 손흥민의 길은 전혀 달랐다. 동갑내기인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7년 무관의 한을 풀었고, 자신의 전성기 모습 그대로 떠났다. 토트넘은 그를 끝까지 붙잡으려 했지만, 손흥민은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떠났다.
결국 손흥민은 MLS LAFC로 향했고, 여전히 팬들에게 ‘레전드’로 존경받고 있다. 반면 살라는 리버풀의 침몰 속에 팬들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리버풀의 상징이지만, 이 부진이 길어진다면 명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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