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역설, 오심 심판 징계는 '불투명' - 언급 한 피해자는 공개 벌금행 [오!쎈 이슈]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22 00: 15

오심이라고 인정한 상황. 정작 그런 판단을 저지른 심판들에 대한 징계는 알려지지 않고 피해자가 억울함을 표출했다고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21일 제12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전북 거스 포옛 감독과 디에고 포옛 피지컬 코치에게 각각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은 지난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제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2라운드 맞대결(1-1 무승부)에서 발생했다.

전북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40분경 전진우가 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도중 장민규가 뻗은 발에 발목 부근을 밟혔다. 충격을 입은 전진우는 그대로 쓰러졌지만, 이동준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전북 선수들과 전북 벤치는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VOR)과 교신한 뒤 그대로 경기를 재개했다. 온필드 리뷰조차 거치지 않았고, 설명을 요구하는 포옛 감독만 경고를 받았다. 전북으로선 중요한 페널티킥을 도둑맞은 것.
결국 오심이 확실해 보이는 이 판정은 양 팀의 운명을 바꿔놨다. 전북은 종료 1분을 남기고 이영재가 중원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겨 넘어졌고, 그대로 역습을 허용하며 남태희에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 후 포옛 감독은 분노를 터트렸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안 보고, 말도 못 한다(Not penalty, Not VAR, Not words)"라고 적었다.
사실 포옛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31라운드 서울 원정 경기에서도 "시즌이 끝나면 (심판 판정에 관해) 여러 생각을 말하겠다"라며 페널티킥과 관련해 언짢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뒤 제주전에선 더욱 심각한 오심 논란이 터지자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포옛 감독의 아들인 디에고 포옛 전북 분석코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역시 소셜 미디어 계정에 전진우가 밟혀 넘어지는 영상을 공유하며 "VAR도 보지 않고 페널티킥도 주지 않는다. 매주 똑같다"라고 K리그 심판진을 저격했다.
여기에 연맹과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계정 아이디를 태그하며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슬로건까지 덧붙였다. 외국인 감독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항의로 해석된다.
해당 판정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는 지난 15일 오심이라고 인정했다. 주심뿐만 아니라 VAR마저 제대로 모지 못했다는 것. 패널회의에 따르면, VOR(Video Operation Room)에 대기하던 안재훈, 성주경 심판 또한 이 장면을 반칙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단 이 주심과 심판진에 대한 징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심판위원회는 해당 경기의 주심은 오심 인정 이후 직후 라운드에 배정하지 않으면서 '세간의 비난이 영향을 끼칠까봐'라면서 "앞으로도 심판 평가 체계에 따른 감점 조치 통해 배정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징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반면 피해자인 전북 구단과 포옛 감독은 징계를 피할 수가 없었다. K리그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 기준은 경기 직후 인터뷰 또는 SNS 등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나, 사후 심판 및 판정을 비방하는 행위를 할 경우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상벌위원회는 거스 포옛 감독과 디에고 포옛 코치의 게시글이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같이 징계했다. 300만원 징계로 인해 포옛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 등 K리그 관련 수상 자격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업는 상황.
해당 조항이 K리그 심판의 권위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명백한 '오심' 상황에서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아니고 SNS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이후 오심에 대해 지적하는 것에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단순한 입막음 밖에 되지 않는다.
권위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 교류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이미 오심을 저지른 심판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SNS로 억울함을 표출한 포옛 감독 부자에 대한 벌금형은 K리그 심판의 무소불위적 권위에 대한 역설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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