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논란'으로 사실상 커리어가 끝난 쑨양(중국)의 기록이 드디어 무너졌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22, 강원도청)가 자유형 200m에서 8년 만에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선우는 20일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3초 92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5번 레인에서 출발한 황선우는 레이스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일찌감치 전국체전 4연패를 예감케했다. 실제로 1분47초72를 기록한 2위 이호준(제주시청)과는 4초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아시아 신기록도 탄생했다. 황선우는 이번 기록으로 자신이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한국 기록(1분44초40)을 0.48초 앞당겼고, 쑨양(중국)이 갖고 있던 아시아 기록(1분44초39)도 갈아치웠다.
레이스를 마친 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황선우는 손바닥으로 물을 내리친 뒤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그는 벅찬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관중들도 뜨거운 환호로 대기록을 쓴 황선우를 축하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1분 44초의 벽을 넘은 황선우.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때부터 간절히 바랐던 43초의 벽을 깨서 기쁘다. 준비 과정에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 모든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훈련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레이스에서 다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특히 중국 수영 최고의 스타 쑨양의 기록을 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쑨양은 세계적인 수영선수로 올림픽에서만 통산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차지한 전설로 중국 수영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쑨양은 도핑 전력이 있는 데다가 2020년 도핑 검사 회피 혐의로 4년 3개월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중국 대표팀 복귀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선 영웅일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약물 스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쑨양은 2017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분44초39로 레이스를 마친 뒤 8년 동안 아시아 기록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황선우가 마침내 이를 깨뜨린 것. 황선우의 이번 기록은 남자 200m 자유형 역사상 7위에 달하는 기록이자 올 시즌 세계 3위 기록에 달한다.
중국 내에서도 황선우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넷이즈'는 "황선우는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에서 1분 43초 92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쑨양이 8년간 유지해 온 아시아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1분 44초 39로 엄청난 차이"라고 전했다.
황선우를 향한 경계심도 더욱 커졌다. 그는 당장 내년 9월 일본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기 때문. 넷이즈는 "황선우는 내년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의 장잔숴와 판잔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중국 '소후' 역시 "한국의 황선우는 중국의 명선수 쑨양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아시아 기록을 깨뜨리며 수영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라며 "이번 돌파구는 아시아 수영계의 판도 변화를 나타낸다. 동시에 황선우의 뛰어난 재능과 기술력을 보여준다. 그는 이번 기록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1분 44초대의 벽을 깨면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라고 짚었다.
황선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서도 스타가 됐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1일 웨이보에선 #한국 선수가 쑨양의 아시아 기록을 깨다#라는 해시태그가 트렌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역시 한국 수영의 스타다", "드디어 깨졌다", "8년이나 깨지지 않았으니 쑨양은 역시 대단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수영 전문 매체 '스윔 스왬' 역시 황선우의 대기록을 다뤘다. 매체는 "22세 황선우는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1분 43초 92를 기록하며 한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던 중국 쑨양이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오랜 아시아 신기록(1분 44초 39)을 경신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황선우는 제트기를 켜서 커리어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m 자유형에서 아시아 남자 최초로 1분 44의 벽을 넘은 선수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홍콩 '싱타오 데일리' 역시 "중국 쑨양이 8년 동안 유지해 온 남자 200미터 자유형 아시아 기록이 마침내 깨졌다. 한국의 황선우가 1분43초92의 기록으로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4연패와 함께 이 종목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라며 "잘생긴 외모를 가진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항상 세계 최고 수준 실력을 유지해왔다. 그는 작년 초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럽과 미국의 여러 강호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라고 주목했다.
황선우가 이번 기록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막연한 꿈이 아니다. 실제로 리우(2016), 도쿄(2021), 파리(2024) 올림픽 최고 기록은 모두 1분 44초대였다. 그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와야 비로소 내 기록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43초대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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