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계가 한 명의 일탈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일본 내에서도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 축구협회(JFA) 전 기술위원장의 아동 포르노 사태가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본 '뉴스 포스트세븐'은 21일(이하 한국시간) "JFA 전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가게야마가 프랑스 기내에서 아동 포르노 열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다리를 펼친 여성의 이미지 등 1621장'을 시청했다. 프랑스에선 '일본인은 역시 로리콘인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다. 그는 칠레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아동 포르노를 시청한 혐의를 받았다.

뉴스 포스트세븐은 "이변을 알아차린 건 객실 승무원이었다. 에어프랑스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한 일본인 남자의 노트북 화면에 10세 정도의 소녀를 성적으로 그린 외설스러운 이미지가 떠올라 있었다. 이를 보고 당황한 승무원이 알렸고, 그 남자는 샤를 드골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라고 전했다.

체포된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이미지들이 '예술 작품이며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AI, 애니메이션 등을 불문하고 아동 포르노 제조, 소지는 전면 금지다. 조사 결과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2022년 6월부터 총 1621건의 시청 이력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결국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6일 열린 약식 재판에서 아동 포르노 수입 및 소지의 죄로 징역 18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5000유로(약 829만 원)를 선고받았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미성년자 관련 직무 종사 금지, 프랑스 재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며 성범죄자 리스트에도 등록된 뒤 석방될 수 있었다.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기소 내용을 대체로 인정한 뒤 "부끄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프랑스 법률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소용없었다.
JFA는 빠르게 가게야마 전 위원장을 해임했다. 미야모토 츠네야스 JFA 회장은 지난 10일 파라과이전을 마친 뒤 "이번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했다. 공석이 된 기술위원장 자리는 야마모토 마사쿠니 일본 대표팀 디렉터가 겸임하게 됐다.

가게야마 전 위원장의 충격적인 사건은 일본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뉴스 포스트세븐은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게야마는 일본에서는 개인적 사용 목적이라면 아동 포르노가 금지되지 않는다고 자기 변호를 했다. 이에 따라 그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아동 포르노에 엄격한 유럽, 특히 프랑스라면 절대 통할 수 없는 변명"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르 파리지앵'은 "일본 내 미성년자 성적 묘사 규제의 허점이 다시 드러났다"라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는 미성년자 성적 표현이 관용되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에서도 가게야마 전 위원장이 JFA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이미지를 망쳤다는 분노가 일고 있다.
뉴스 포스트세븐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일본 언론인의 진술도 인용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가 대인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서는 포르노로 지정되는 젊은 여성 캐릭터의 성적 묘사도 많기 때문에 일본은 로리콘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 '역시 일본인은 오타쿠, 로리콘인 거냐'라며 친구들이 웃었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국제적인 비웃음을 산 가게야마 사건이다. 일본 축구는 지난 14일 친선경기에서 세계적인 강호 브라질을 잡아내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영광에서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일본 유소년 축구 육성 정책을 총괄하던 인사였다. 그는 현역 시절 J리그 우라와 레즈, 베갈타 센다이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고, 은퇴 후 마카오 대표팀, 오카야마, U-20 일본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24년 JFA 기술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국 축구와는 좋지 않은 연도 있다. 가게야마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17세 이하(U-17) 아시안컵을 두고 "한국 축구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과거엔 피지컬에서라도 일본에 우위였지만, 이젠 피지컬도 일본이 앞선다. 지금까지 라이벌로 경쟁해 온 한국의 수준 저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 축구계의 신뢰를 깎아내린 가게야마 전 위원장이다. 이미 JFA 스폰서가 광고를 중단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모토 JFA 회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한 명의 일탈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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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W 스포츠, GK8 베스트, 스포니치 아넥스, J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