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세라면 거칠 것이 없다. 일본과 중국의 강자들을 모두 무너뜨린 안세영(23, 삼성생명)이 프랑스에서 시즌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 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중국)를 2-0(21-5 24-22)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12개 국제대회에서 8차례 우승하며 지난달 안방에서 펼쳐진 코리아오픈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앞서 그는 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이상 슈퍼1000), 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이상 슈퍼750), 오를레앙마스터스(슈퍼300)를 제패했다.


덴마크오픈도 안세영을 위한 무대였다. 그는 준결승에서 코리아오픈 우승자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한 뒤 결승에서도 왕즈이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했다. 지난해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0-2로 패했던 왕즈이를 다시 결승에서 만나 2-0 승리로 되갚아준 것.


1987년 이후 38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덴마크 오픈 우승자가 된 안세영. 그는 세계 랭킹 2위 왕즈이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자신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1세트는 완벽 그 자체였다. 안세영은 왕즈이에게 먼저 1점을 내줬지만, 이후 연달아 5점을 따내며 앞서나갔다. 그리고 8-3에서도 연속 6득점에 성공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안세영은 이후로도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21-6, 무려 16점 차 승리를 완성했다. 안세영이 첫 세트를 가져오는 데는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왕즈이도 2세트에서 매섭게 반격했다. 안세영은 1세트와 달리 초반부터 흔들리며 왕즈이에게 끌려다녔다. 한때 6-15로 9점을 뒤지기도 했고, 10-18까지 몰렸다. 실수를 줄인 왕즈이가 빠른 템포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안세영이었다. 그는 특유의 끈질긴 수비로 버텨내며 연달아 8점을 획득하며 18-18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점수를 주고받으며 듀스 혈투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안세영은 세 번째 듀스였던 22-22에서 절묘한 엔드라인 공략과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정상에 올랐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엄청난 뒷심이 만들어낸 역대급 역전 드라마였다.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한 안세영이다. 그는 16강부터 4강까지 니다이라 나츠키, 미야자키 토모카, 야마구치까지 일본 선수들을 3명이나 떨어뜨렸고, 결승에서는 왕즈위를 잡아내며 포효했다. 왕즈이도 경기 후 "안세영은 완벽했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이번 시즌 58승 4패, 승률 93.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왕즈위 상대 7연승을 달리며 상대 전적 14승 4패로 '천적' 관계를 굳혔다. 또한 안세영은 단일 시즌 슈퍼1000 대회 3승을 거둔 첫 번째 여자 단식 선수에 등극하며 배드민턴 새 역사를 썼다.
중국에서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소후'는 "이번 경기는 '한국 천재 소녀' 안세영이 시작하자마자 화력을 발휘하며 세계 랭킹 2위 왕즈이 21-5로 꺾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2세트 배수진을 친 왕즈이 일찌감치 큰 점수 차로 앞서 나갔지만, 안세영의 반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안세영이 2-0으로 덴마크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라고 전했다.
'넷이즈' 역시 "첫 세트부터 일방적이었다. 안세영은 21-5로 가볍게 첫 세트를 따냈다. 솔직히 왕즈이가 져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무너지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게 750급 결승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라며 "왕즈위는 무참히 패배하며 시즌 4연패를 당했다. 비록 그는 이미 세계 랭킹 2위에 도달했지만, 세계 1위 안세영과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제 안세영의 누적 상금은 30억 원을 넘어섰다. BWF에 따르면 그는 커리어를 통틀어 총 216만 달러(약 30억 7600만 원)가 넘는 상금을 획득했다. 8번이나 우승한 2025년에만 9억 이상을 벌어들이는 위용을 자랑했다.
안세영의 다음 무대는 프랑스다. 그는 덴마크에서 바로 프랑스로 넘어가 22일부터 렌에서 열리는 BWF 월드투어 수퍼 750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다. 여기서도 정상에 오른다면 지난 7월 중국오픈(슈퍼 1000) 무릎 부상 기권패, 8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4강 탈락, 9월 코리아오픈(슈퍼 500) 준우승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낼 수 있다.
안세영이 프랑스 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시즌 9승째를 수확한다면 여자 단식 BWF 월드투어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현재 최고 기록은 안세영이 2년 전 기록한 9승이다. 2025년 안세영이 2023년 안세영에게 도전하는 셈.
올해 남은 대회는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11월 호주오픈(슈퍼500)과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스(중국 항저우)까지 총 3개다. 만약 안세영이 모두 정상에 오른다면 자신의 종전 기록은 물론이고 모모타 켄토(일본·은퇴)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작성한 한 시즌 단식 최다 11회 우승 기록까지 따라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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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WF, 대한배드민턴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