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세계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이 이끄는 모로코는 20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치오날 훌리오 마르티네스 프라다노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번 우승으로 모로코는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9년 가나 이후 16년 만에 아프리카 팀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대륙의 자존심도 세웠다.

모로코는 ‘다크호스’ 이미지를 벗고 세계 축구의 확실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A대표팀이 아프리카 최초로 4강 신화를 썼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U-20 월드컵 우승으로 세대별 대표팀 모두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미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확보한 상태다.
결승전에서는 야시르 자비리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전반 12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29분에는 오트만 마암마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두 골 모두 완벽한 타이밍과 정확한 마무리였다.

아르헨티나는 대회 최다 우승(6회)을 자랑하는 강팀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무기력했다. 전반 34분 발렌티노 아쿠나를 빼고 공격수 마테오 실베티를 투입했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슈팅 21개를 시도했으나 유효 슈팅은 3개에 불과했고, 끝내 모로코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는 2-0으로 종료됐다.
모로코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조별리그부터 강호들을 연파했다.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스페인과 브라질을 각각 2-0, 2-1로 꺾으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여유 있게 멕시코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을 휴식시킬 수 있었다.
16강에서는 이창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만났다. 전반 8분 자책골로 앞서간 뒤 후반 13분 자비리가 마암마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추가골을 넣었다. 종료 직전 김태원의 페널티킥 골을 내줬지만 2-1로 승리했다. 빠른 공격 전개와 견고한 수비가 돋보였다.
8강에서는 미국을 3-1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연장까지 간 끝에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완벽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개인상도 모로코 선수들이 휩쓸었다. 마암마가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돼 골든볼을 수상했고, 자비리는 실버볼을 받았다. 자비리는 3경기 연속 자책골을 유도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대회 5골로 공동 득점왕에도 올랐다. 프랑스의 뤼카 미샬(모나코), 콜롬비아의 네이세르 비야레알(미요나리오스), 미국의 벤자민 크레마스키(파르마)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모로코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아프리카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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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FA 월드컵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