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라치가 그 경기 주인공".
프랑스 대표팀 감독 출신의 레옹 도메네크는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2006 독일 월드컵서 지네딘 지단이 박치기를 한 이유는 나도 궁금하다"라면서 "솔직히 다혈질인 것은 알아도 대체 그 상황서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 결승전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승팀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화제가 되는 장면이 있다. 프랑스의 캡틴이자 ‘마에스트로’로 불리던 지네딘 지단이 돌연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들이받은 것이다.
결승전 경기는 연장 후반으로 접어들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은퇴를 앞둔 지단의 마지막 무대였고, 그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불과 10분을 남기고, 지단은 세계 축구사에 남을 ‘박치기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지단은 자신을 집중마크하던 마테라치의 도발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수비수가 그의 유니폼을 잡아당기자, 지단은 “그렇게 내 셔츠가 갖고 싶냐? 경기 끝나고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테라치가 “유니폼보단 네 누이가 갖고 싶다"고 반격했다고 한다.

순간 지단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마테라치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머리를 박았다. 심판은 즉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프랑스의 주장, 팀의 상징, 그리고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가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퇴장당하는 순간이었다. 지단은 월드컵 트로피가 놓인 터널 옆을 묵묵히 지나쳤고 그 모습은 전 세계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우승한 이탈리아’보다 ‘퇴장당한 지단’이 더 큰 이슈가 됐다. 경기 후 지단은 프랑스 ‘카날 플러스’ 인터뷰에서 “내 가족, 특히 누이를 모욕했다. 인간이라면 참을 수 없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마테라치는 처음엔 이를 부인했지만, 이후 인터뷰에서 “지단의 누이를 언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욕은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11년 뒤인 2017년, 마테라치는 당시 상황을 다시 언급하며 “지단은 그날 내 어깨를 치며 ‘너는 내 셔츠가 필요하냐?’고 말했다. 나는 ‘셔츠는 필요 없고, 네 누이가 더 좋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언행을 “도발이었지만 인종차별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지단은 퇴장당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FIFA로부터 2006 독일월드컵 MVP(골든볼)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박치기 사건으로 수상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보여준 경기력과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FIFA는 지단에게 벌금 3260파운드(당시 약 580만 원)를 부과했고, 마테라치에게도 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170파운드(약 38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특히 지단이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기에 해당 경기는 여러모로 큰 화제를 모으게 됐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의 감독이던 도메네크는 이탈리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아직 지단이 대체 그 상황서 왜 박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그가 다혈질인 것은 알았지만 결승전서 갑자기 그런 돌발 행동을 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도메네크는 "충분히 프랑스 입장에서는 아쉬운 경기다. 지단을 퇴장시킨 마테라치가 아마 그 경기의 평생 주인공일 것이다. 페널티킥을 내주고 동점골을 허용하고 막판에는 지단을 퇴장시켰다. 그보다 더 바랄 것이 무엇있겠냐"라고 덧붙였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