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빛난 재능이 드디어 대륙의 정상에 섰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열어놓은 길 위에서, 이강인이 자신만의 황금빛 챕터를 완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17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의 아이콘 이강인이 2025 AFC 어워드 리야드에서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AFC는 “그의 눈부신 활약이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다시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강인은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인터 밀란·올림피아코스)를 제치고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한국 선수는 4년 연속 ‘AFC 올해의 국제 선수상’을 독식했다. 2019년과 2023년 손흥민, 2022년 김민재에 이어 2025년 이강인이 왕좌를 차지했다.

시상식이 열린 사우디 리야드 파하드 왕 문화센터는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단 한 명에게 집중됐다. 바로 파리 생제르맹(PSG)의 미드필더 이강인이다. AFC는 “그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순간의 폭발력은 누구보다 강하다. PSG에서의 지난 시즌은 그의 커리어를 바꿔놓은 분기점이었다”고 극찬했다.
이강인의 2024-2025시즌은 그야말로 완벽한 서사였다. PSG는 리그1 4연패를 넘어 트로페 데 샹피옹, 쿠프 드 프랑스,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휩쓸며 ‘쿼드러플’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의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PSG는 인터 밀란을 상대로 5-0 완승을 거두며 구단 역사상 첫 유럽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7-2008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UCL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이강인은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 PSG의 엔진”이라고 평했다.
이강인의 시즌 성적표는 49경기 7골 6도움. 리그·컵·챔피언스리그를 모두 포함한 기록이다. 26경기 선발, 23경기 교체로 나서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술 유연성을 책임졌다. 후반기에 주전 경쟁이 치열해지며 출전 시간이 줄었지만, 그는 팀 공격 전환의 핵심이자 ‘리듬 메이커’로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가장 큰 경쟁자는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였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에이스로 활약한 구보는 52경기 7골을 기록하며 개인 기록에선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팀 성적이 이강인과의 격차를 결정했다. 소시에다드는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고, 유럽 대항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AFC는 “구보의 활약은 훌륭했지만, 우승 실적과 임팩트에서 이강인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이강인과 구보의 인연은 남다르다. 둘은 2001년생 동갑내기이자 스페인 유학파 절친으로 유명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스 출신, 구보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2018년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우나에서 장난을 치던 두 소년은 어느새 아시아 축구의 간판이 되어 서로 다른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AFC는 이번 수상이 단순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아시아 축구 세대교체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세계 시장에서 아시아의 존재감을 알렸다면, 김민재가 유럽 무대에서 실력으로 존중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이강인이 기술과 감성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수상 후 이강인은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대표해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나를 믿고 응원해준 모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계속 성장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PSG 팬들도 환호했다. “그는 단순한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다. 팀을 움직이는 리듬 그 자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이강인은 동양의 미학을 축구에 녹여낸 예술가”라고 표현했다.
이강인의 아시아 제패는 단순한 개인 수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으로 이어지는 ‘K-축구 황금 계보’가 완성된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지금,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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