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한국을 떠났던 한국계 미녀 외국인선수가 V리그 컴백과 함께 ‘배구여제’ 김연경 공백 메우기라는 막중한 과제를 부여받았다.
미국 출신의 레베카 라셈(28)은 2025 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지명을 받으며 V리그 복귀의 꿈을 이뤘다.
레베카는 한국인 할머니를 둔 미국 국적의 한국계 외국인선수로, 2021-2022시즌 IBK기업은행에서 V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한국과의 인연과 수려한 외모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착실한 훈련 태도와 친화력을 앞세워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191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한 파워 넘치는 공격이 장점으로 꼽혔다.
레베카는 기대와 달리 외국인선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며 2021년 11월 IBK기업은행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대체 외국인선수 달리 산타나가 합류하기 전까지 4경기를 더 뛰었는데 끝까지 투혼을 펼치는 프로의 품격을 발휘했다. 레베카는 V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며 다음을 기약했고, 4년의 시간이 흘러 복귀가 성사됐다.
지난 16일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레베카는 “비시즌이 되게 길었다. 흥국생명에서의 시즌 개막이 너무 기대되고, 빨리 개막을 해서 코트에서 뛰고 싶은 갈망이 크다”라고 의욕에 찬 모습을 보였다.
레베카는 V리그 재계약에 실패한 뒤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향상된 기량을 앞세워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LVSF)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베카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성장했고, 많은 걸 배웠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라며 “한국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큰 목표가 있었다. 한국배구와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그 목표를 향해 달렸다. 공격과 수비 모두 완성형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완전히 새로운 ‘올 뉴 레베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챔피언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을 필두로 V리그 여자부를 평정했는데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레베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레베카는 “김연경 선수는 배구계에 큰 업적을 남기고 떠났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새로운 시작이자 리빌딩이다”라며 “이제 내 버전의 에너지를 팀에 심고 싶다. 외국인선수라는 부담이 당연히 있지만, 팀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게 목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 출신의 새 사령탑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묻자 “굉장히 큰 비전을 갖고 계시다. 매일매일 새로운 걸 알려주시는데 그러다 보니 연습이 즐겁고 깨닫는 것도 많다”라며 “커리어에서 여자 감독님은 처음이다. 확실히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감독님과 선수들 간의 유대감이 단단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11월 7일 화성에서 우승후보이자 레베카의 친정팀인 IBK기업은행과 처음 상대한다. 레베카는 “어떤 팀이든 다 똑같이 대하려고 한다. 지금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모든 팀들을 다 이기고 싶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IBK기업은행을 조금 더 이기고 싶긴 하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레베카가 새 시즌을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어느 리그의 팬들보다 응원에 진심인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한국 팬들은 대체적으로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과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느꼈다”라며 “한국에서 배구를 하면 팬들이 얼마나 배구를 좋아하고, 또 얼마나 선수들을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다. 너무 감사한 부분이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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