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이야기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갑작스레 경질된 배경엔 귀화 선수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데틱 스포츠'는 16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하원의원 안드레 로시아데는 귀화 선수가 '신태용 아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뒤 이 사실을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신태용 감독은 2020년 1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부임했고, 지난 1월 경질되기 전까지 5년간 인도네시아 축구의 기초를 다졌다. 그는 A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도 여럿 썼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까지 올려뒀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C조 3위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본선 진출국을 가리는 단계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엔 월드컵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으며 사우디 상대 첫 승리를 일궈내기도 했다.
그러나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회장은 지난 1월 돌연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었다. 게다가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현역 시절엔 전설적인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로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에 많은 반발을 일으켰다.


로시아데 의원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의 경질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귀화 선수 중 한 명이 신태용 감독 해고를 요구하면서 라커룸 불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로시아데 의원은 "난 일부러 참았다. 토히르 회장의 지시에 따라 대표팀이 경기 준비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지 않았다"라며 "이제는 평가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대표팀의 실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앞으로 선수들이 대표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자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귀화 선수 중 한 명이 '신태용 감독이 떠나거나 내가 떠나겠다'고 말했다"라며 "이 얘기는 벌써 며칠 전에 나온 거다. 하지만 PSSI는 아직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이 신태용 감독 경질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로시아데 의원은 "그게 바로 신태용을 해임하려는 움직임의 시작이었고, 계기가 됐다. 그 후 인도네시아 대표팀 내부 관계자들과 로비 활동을 벌이며 소통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토히르 회장이 제대로 된 경력도 없는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한 것도 귀화 선수의 불만과 연결된다. 당시 PSSI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과 연계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축구는 신태용 감독을 내쫓은 뒤 더욱더 귀화 광풍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귀화 선수들을 대거 추가하며 사실상 귀화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고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 플레이오프 B조 2라운드 경기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2패를 거두면서 월드컵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토히르 회장의 결단은 악수가 된 셈. 애초에 퀴라소 대표팀 감독 대행 6개월, 튀르키예 데미스포르 정식 감독 6개월이 전부인 클라위버르트 감독으로 월드컵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도박수였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9개월 만에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결별하면서 1년 사이에 감독을 두 명이나 내보내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내년 아세안 축구 연맹(AFF) 챔피언십이 열리는 만큼 빠르게 다음 사령탑을 물색해야 한다.
안 그래도 토히르 회장을 향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신태용 감독 경질에 귀화 선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까지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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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토히르 회장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