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설' 지쿠가 브라질 축구가 연달아 상대한 한국 축구대표팀과 일본 축구대표팀을 직접적으로 비교했다. 0-5 패배와 3-2 역전승으로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온 만큼 평가도 극명히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스포츠 호치'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지쿠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사상 최초로 브라질을 격파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일본 대표팀을 칭찬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지난 14일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린 챌린지컵 2025에서 브라질을 3-2로 제압했다. 일본 축구 역사상 첫 브라질 상대 승리였다.
브라질이 먼저 앞서 나갔다. 전반 26분 파울로 엔히키가 선제골을 터트렸고, 전반 32분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추가골을 뽑아냈다. 물론 브라질은 수비진 전체를 포함해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실험적인 라인업을 꺼내든 탓인지 생각만큼 일본을 압도하진 못했다. 오히려 일본이 적은 점유율 속에서 더 좋은 기회를 만들기도 했으나 결정력에서 차이가 났다.
후반 들어 대반전이 일어났다. 일본은 후반 7분 브라질 수비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미나미노 다쿠미의 만회골로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후반 17분 나카무라 게이토가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26분 우에다 아야세가 헤더 역전골을 터트렸다. 경기는 그대로 일본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한국과는 다른 결과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0-5 대패를 기록했다. 일본전과 비교하면 핵심 선수들이 더 많이 뛴 것도 사실이지만, 무기력한 패배였다.
홍명보호는 다시 한번 스리백을 가동했지만, 브라질의 압박과 압도적인 개인 기량에 손도 쓰지 못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크게 밀렸다. 한국은 전반 13분 브루누 기마랑이스의 킬패스 한 방에 당하며 2007년생 이스테방에게 선제 실점했고, 호드리구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후반은 더욱 일방적이었다. 브라질은 전방 압박으로 김민재의 치명적 실수를 유도하며 손쉽게 3번째 득점을 올렸고, 잠시 후 백승호의 실수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4-0까지 달아났다. 경기 막판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한 골 추가하며 5-0 대승을 완성했다.
한국 축구가 안방에서 5골 차로 진 건 2001년 프랑스전 이후 24년 만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이어진 경기에서 파라과이를 2-0으로 잡아내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은 각각 브라질전 0-5 패·파라과이전 2-0 승리, 파라과이전 2-2 무승부·브라질전 3-2 승리로 10월 A매치 2연전을 마무리했다.


자국 브라질의 두 경기를 지켜본 지쿠는 일본 대표팀을 극찬했다. 그는 브라질 '코레이우 브라질리엔세'와 인터뷰에서 "멋진 역전극이었다. 일본은 후반전 공수 양면에서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3골을 뽑아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쿠는 "일본은 훌륭한 팀이다.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멋진 승리를 거둘 자격이 있었다. 일본으로서는 최고의 테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모리야스호를 높이 평가했다.
브라질의 패인으로는 한국전과 비교해 선발 8명이 바뀐 점이 지적됐다. 지쿠는 "브라질은 최대한 많은 선수를 시험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아직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선수를 알지 못한다"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연계에 문제가 생겼다. 선수들은 누구나 월드컵에 뛰고 싶고,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개인기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조직적인 플레이가 사라졌다"라며 "어떤 상황이든 그런 식으로 패배하면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항상 방심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지쿠는 대표적인 친일파 지도자다. 그는 현역 시절 플라멩구와 우디네세에서 활약한 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었다. 선수 커리어를 마감한 곳도 바로 가시마였다.
이후 지쿠는 1999년 가시마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2022 한일 월드컵 직후 일본 대표팀에 부임하기도 했다. 2004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하며 감독직을 내려놔야 했다.
일본 대표팀을 떠난 지쿠는 페네르바체와 부뇨드코르, CSKA 모스크바, 올림피아코스, 이라크 대표팀 등 여러 팀을 전전했다. 다만 모두 2년 이내로 오래 지휘하지 못했다. 그는 2016년 FC 고아(인도)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로는 더 이상 감독으로 활약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축구계와 연은 계속되고 있다. 지쿠는 2018년 여름부터 자신이 뛰었던 가시마의 기술 고문으로 취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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