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보고 있을 손흥민(33, LAFC)도 흐뭇해할 일이다. 토트넘 홋스퍼 기대주 루카스 베리발(19)과 아치 그레이(19)가 2025 골든 보이 후보로 선정됐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그레이와 베리발이 2025 골든 보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탈리아 매체 '투토 스포르트'가 주관하는 이 상은 기자들이 뽑은 '유럽 국가 1부 리그에서 1시즌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21세 이하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토트넘은 "그레이와 베리발 둘 다 수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둘은 다른 18명의 젊은 축구 선수, 5명의 와일드카드와 함께 후보로 선정됐다. 이제 대력 전역에서 온 50명의 기자들로 구성된 국제 심사위원단이 우승자를 결정할 거다. 수상자는 다음 달 토리노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골든 보이 시상식은 지난 2003년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초대 수상자인 라파엘 반 더 바르트를 시작으로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등 여러 스타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0년대에도 엘링 홀란과 페드리, 파블로 가비, 주드 벨링엄, 라민 야말이 차례로 세계 최고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토트넘이 자랑하는 유망주인 베리발과 그레이도 골든 보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파우 쿠바르시(바르셀로나), 데지레 두에, 워렌 자이르에메리, 세니 마율루(이상 파리 생제르맹), 딘 하위선, 아르다 귈러, 프랑코 마스탄투오노(이상 레알 마드리드), 케난 일디즈(유벤투스), 에단 은와네리,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이상 아스날), 이스테방, 요렐 하토(이상 첼시) 등과 경합을 벌인다.
물론 베리발과 그레이 둘 다 수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토트넘으로선 수많은 유망주 영입에 힘을 쏟은 끝에 둘이 골든 후보 25인 후보에 포함됐다는 점만으로도 기뻐할 일이다. 지금까지 실패만 거듭했던 여러 유망주들과 달리 대형 기대주로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
25인 후보를 보면 프랑스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파리생제르맹(PSG)에 합류하자마자 4관왕 주역으로 활약한 두에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시즌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까지 일궈낸 PSG는 마율루, 자이르에메리까지 총 3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만약 베리발이나 그레이 중 한 명이 골든 보이로 선정된다면 토트넘 최초 역사가 탄생한다. 토트넘은 아직 수상자를 배출한 적 없다. 현재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마티스 텔(2022, 2023, 2024)과 윌손 오도베르(2024), 사비 시몬스(2023), 데스티니 우도기(2022), 데얀 쿨루셉스키(2020), 로드리고 벤탄쿠르(2017), 도미닉 솔란케(2017)가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나 수상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06년생 동갑내기인 베리발과 그레이는 나란히 2024년 여름 토트넘에 합류했다. 스웨덴 미드필더인 베리발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7경기를 뛰면서 기대 이상의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는 선배들의 부상 속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토트넘의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레이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강제로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 그는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나 우측 풀백으로 활약했지만, 연이은 부상 공백으로 '땜빵' 센터백으로 맹활약했다. 그레이는 좌우 풀백, 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그 역시 공식전 46경기를 소화하며 UEL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토트넘은 "그레이와 베리발 모두 놀라운 한 해를 보냈다. 둘은 데뷔 시즌 유럽대항전 우승의 영광을 누리며 도합 91경기에 출전했다. 베리발은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전설' 글렌 호들(1976년) 이후 처음으로 10대 수상자가 됐다. 그레이도 UEL 리그 페이즈에서 모든 순간을 뛰며 훌륭히 적응했고, 압박 속에서도 크게 발전했다"라고 칭찬했다.


한편 그레이와 베리발은 손흥민과도 1년간 많은 추억을 쌓았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신입생이자 동생인 둘을 열심히 챙겼고,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만들었다.
지난 시즌 그레이는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사소한 것까지 도와주고 있다. 그는 조 로든과 좋은 친구다. 그가 손흥민에게 나를 잘 챙겨주라고 말한 것 같다"라며 "손흥민 덕분에 내가 정말 환영받고 있다고 느꼈다. 모두에게 말을 걸고, 선수단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라고 훈훈한 미담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베리발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베리발이 뛰었던 스웨덴 유르고르덴의 스포츠 협력자 피터 카스팔루디는 손흥민의 일화를 하나 공개했다. 그는 아시안컵을 뛰고 있는 손흥민이 베리발의 이적이 확정되자 '토트넘에 온 걸 환영해'라고 문자를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를 받은 베리발은 아주 기뻐했다고 한다.
둘은 지난여름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에게 작별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베리발은 소셜 미디어에 "쏘니,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여기서 첫 시즌을 뛰고 훈련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당신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단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 고마워, 레전드"라고 적었고, 그레이도 "토트넘에 온 이후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매일 같이 함께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어서 꿈만 같았다. 모든 것에 정말 고맙다. 모두가 널 그리워할 거야"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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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베리발, 그레이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