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에이스’ 김희진(34·현대건설)은 생애 첫 트레이드를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까.
현대건설은 2025-2026시즌을 앞두고 FA 이다현(흥국생명)이 떠난 미들블로커 포지션 보강를 위해 베테랑 김희진을 트레이드로 전격 영입했다. IBK기업은행의 15년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희진을 데려오기 위해 2026-2027 신인선수 2라운드 지명권과 현금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김희진은 여자배구의 간판스타이자 IBK기업은행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서울 중앙여고를 나와 2011-2012 신인드래프트서 신생팀 우선 지명을 통해 IBK기업은행 창단멤버가 된 그는 지난 시즌까지 375경기 1305세트에 출전, 통산 4221점(역대 8위)을 올렸고, 3차례 정규리그 1위,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3차례 KOVO컵 우승 등을 이끌었다. 김희진은 과거 IBK기업은행 왕조의 든든한 에이스였다.
김희진은 2019-2020시즌부터 잦은 포지션 이동과 부상으로 인해 트레이드마크인 호쾌한 강스파이크를 좀처럼 때리지 못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2023년 2월 우측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았고, 재활 후에도 번번이 재기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30경기(53세트) 32점에 그친 김희진은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생애 첫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김희진은 현대건설 이적과 함께 체중을 5kg 감량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정규리그 리허설 무대인 KOVO컵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부활을 날갯짓을 펼쳤다. 4경기 동안 16세트를 소화하며 29점을 책임졌다.
정규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김희진은 새 둥지에 어느 정도 녹아든 상태일까. 16일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김희진이 전성기 몸은 아니다. 현실적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전성기처럼 못한다고 김희진을 못한다고 하면 안 된다”라고 힘줘 말하며 “그래도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 거로 본다. 선수도 의지가 있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김다인과 호흡도 좋아지고 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잘 맞아갈 거로 본다”라고 바라봤다.

김희진의 올 시즌 재기도 확신했다. 다만 부상 이력이 있고, 나이도 적지 않기에 재기의 기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강 감독은 “현실적으로 뛰어난 경기력은 아니다. 큰 활약보다 꾸준하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면 그게 재기 성공이라고 본다. 이제 한 경기 10득점, 11득점 이렇게 올리기는 힘들다. 작은 득점, 유효 블로킹 등 팀플레이를 할 때 자기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전했다.
김희진은 과거 김연경(은퇴),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 등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함께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0년 도쿄 등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미들블로커(MB)와 아포짓 스파이커(OP)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김희진의 코트 밖 역할에도 큰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강 감독은 “김희진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는 모습이다. 열심히 안 하는 선수가 아니더라. 준비를 열심히 하면서 조언을 하니 선수들도 잘 따른다. 그게 밖에서 언니들의 역할이다”라며 “본인이 아프고 안 하면서 후배들을 이끌면 어렵겠지만, 본인이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면서 조언을 하니까 선수들이 친근감을 갖고 가까이 지낸다. 김희진 덕분에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라고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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