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이 파트리크 클라위버르트 감독 경질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동시에 신태용 감독이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우리는 거의 12개월간 긴밀히 협력해 온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그의 스태프가 보여준 인도네시아 축구에 대한 헌신과 기여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공개적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논의 끝에 양측은 본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 부임한 뒤 10달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클라위버르트 감독이다. PSSI는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코치진이 보여준 헌신과 전문성에 감사드린다. 인도네시아에서 보여준 그들의 열정과 존재감은 영원히 존경을 받으며 기억될 것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을 기원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예상된 결말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8경기 3승 1무 4패는 초라한 성적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 플레이오프 B조 2라운드 경기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실점하기 전까지 이라크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후반 31분 지단 이크발의 중거리 슈팅을 막지 못하며 실점했다. 이후 급격히 흐름이 기울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이라크의 고의적인 시간 지연에 말려들어 평정심을 잃었다. 추가시간은 11분이나 주어졌지만, 인도네시아는 끝내 이라크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앞선 1차전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실점하며 2-3으로 역전패한 데 이어 이라크에도 패하며 희망이 사라졌다.
분노한 인도네시아 팬들은 관중석에서 경기장으로 물병을 던지는 추태를 부렸다. 심지어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인도네시아 대표팀 스태프가 심판에게 달려들어 퇴장 명령을 받기까지 했다.

탈락 직후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솔직히 내 거취는 알 수 없다"라며 경질을 직감했고, 그는 인도네시아로 복귀하는 곧바로 네덜란드로 향했다. 결국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선임부터 많은 논란을 빚었다. 에릭 토히르 PSSI 회장은 지난해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1월 돌연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많은 반발을 일으켰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현역 시절엔 전설적인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로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
당시 PSSI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과 연계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귀화 선수들을 대거 추가하며 사실상 귀화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고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토히르 회장의 결단은 악수가 된 셈.
팬들도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결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인도네시아 '시시아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24시간 동안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52878명의 투표자가 참여했다. 결과는 명확하다. '#파트릭아웃'은 91.8%(48614표)의 지지를 받았고, '#파트릭유임'에는 8.2%(4364표)만이 투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투명하게 진행됐다. 편파도 편집도 없다"라고 전했다.

PSSI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인도네시아 팬들은 축제 분위기다. 시시아골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행복하게 웃는 사진을 게시하며 "완전한 행복. 모든 인도네시아 팬들은 지금 이럴 거다"라고 적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향한 민심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신태용 감독의 성적도 비교되고 있다. 시시아골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월드컵 예선 기간 클라위버르트는 6경기에서 33.3%의 승률(2승 4패)을 기록했다. 걱정스러운 건 총 15골 실점, 5득점에 그쳤다는 점이다. 그중 3골은 페널티킥이었고, 2골만이 오픈 플레이에서 나왔다. 이게 바로 그가 말하는 '토탈 풋볼' 철학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반면 신태용 감독은 1라운드 이후 그리고 유망주들이 대거 합류하기 전까지 14경기에서 6승 4무 4패로 승률 42.9%를 기록했다. 그의 수비적인 플레이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단 17골만 실점하고, 26골을 넣었다. 이 수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고 강조했다.
1년 사이에 감독을 두 명이나 내보내면서 혼란에 빠진 인도네시아 축구. 당장 내년 아세안 축구 연맹(AFF) 챔피언십이 열리는 만큼 빠르게 다음 사령탑을 물색해야 한다. 시시아골은 "성인 대표팀뿐만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도 물러났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일정과 장기적인 발전 목표를 이끌어갈 새 감독을 임명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맞닥뜨렸다"라고 짚었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는 역시 신태용 감독이다. 그는 2020년 1월 인도네시아에 부임한 뒤 지난 1월 경질되기 전까지 5년간 인도네시아 축구의 기초를 다졌다. A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도 여럿 썼다. 그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까지 올려뒀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C조 3위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본선 진출국을 가리는 단계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엔 월드컵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으며 사우디 상대 첫 승리를 일궈냈다.
그런 만큼 수많은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이 신태용 감독을 그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신태용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경질된 뒤로도 인도네시아를 찾아 응원을 보내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이미 소셜 미디어에는 '#BringBackShinTaeYong(신태용을 다시 데려와)' 등의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은 최근 울산 HD로 복귀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65일 만에 경질됐다. 그의 소셜 미디어에도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모여들어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볼라' 역시 "신태용이 현실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잘 알고 있고, 대표팀의 정신력과 규율을 다지면서 긍정적 기록을 만들었던 감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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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도네시아 대표팀, 시시아골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