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파라과이를 잡으며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A매치 친선전에서 2-0으로 완승했다.
엄지성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손흥민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팀 정신을 다잡았고, 이후 경기는 완전히 한국의 흐름이었다. 브라질전 패배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이 승리로 한국은 FIFA 랭킹에서도 웃을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은 23위를 기록 중이다. 9월 A매치에서 미국을 2-0으로 제압하고, 멕시코와 2-2로 비기며 순위를 지켰다. 일본과 이란 등 아시아 강호들이 나란히 순위가 떨어진 반면, 한국은 탄탄히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 승리로 순위 상승이 확실시된다. 국제 예측 기관들에 따르면 한국은 최대 22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 순위가 유지된다면 한국은 월드컵 조 추첨에서 ‘포트2’ 배정이 확정적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6 북중미월드컵은 개최국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이 자동으로 포트1에 배정된다. 이후 나머지 상위 9개국이 톱시드 포트를 채우고, 나머지는 랭킹 순서대로 포트2~4에 배정된다.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 4팀은 마지막 포트4에 포함된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한국은 포트2 배정이 유력하다. 만약 3포트로 떨어질 경우, 악몽 같은 조합도 가능하다. 1포트에서 브라질, 2포트에서 독일, 4포트에서 이탈리아 등을 만날 수도 있지만 2포트가 확정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무패로 마친 아시아 3차 예선 성적이 랭킹에 큰 영향을 줬고, 파라과이전 완승은 그 상승세에 결정타를 더했다. 홍명보호는 경기력과 결과 모두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4포트로 카보베르데가 월드컵 본선을 확정하는데 성공했다.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 카보 베르데는 프라이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꺾으며 조 1위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카메룬, 앙골라 같은 아프리카 강호들을 제치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FI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보베르데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월드컵에 진출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나라”라며
“전 부비스타 감독의 지도 아래 5연승으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놀라운 회복력과 투지를 보여줬다”고 조명했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카보베르데는 국토 면적 4033㎢로 한국의 25분의 1에 불과한데 2002 한·일 월드컵부터 예선에 참가했지만, 이번이 7번째 도전 만의 첫 본선행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세계 축구 팬들에게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한국으로선 카보베르데의 본선 진출이 ‘조 추첨의 호재’가 될 수 있다. 카보베르데의 저력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전력 격차는 크다. 유럽과 남미 강호들이 포트4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카보베르데 같은 신생 강호를 만나게 된다면 한국 입장에선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가령 미국(1포트), 파라과이(3포트), 카보베르데(4포트)와 같은 조가 된다면,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조 1위를 노릴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예선서 돌풍을 일으킨 팀이라고 해도 본선 무대에서는 기세가 꺾일 가능성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FIFA 관계자들도 “카보베르데의 본선 진출이 월드컵 조 추첨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주목했다. 이제 남은 건 랭킹 유지다. 포트2 배정이 현실이 된다면,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조 추첨에서 톱 시드 바로 아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시드를 받을 수 있는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FIFA 랭킹 23위라는 숫자 뒤에는 한국 축구의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컵 무대에서 그 결과를 증명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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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FA 월드컵, 다즌, ESPN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