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한 명 빠졌다고 이렇게 평가가 박할 수 있나. ‘디펜딩챔피언’ 흥국생명이 미디어데이 우승후보를 꼽는 코너에서 0표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흥국생명은 1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 청담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7개 구단 사령탑을 대상으로 한 우승후보 투표에서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흥국생명. 우승팀이라면 당연히 다음 시즌 2연패를 꿈꾸지만, 흥국생명 그 자체였던 ‘배구여제’ 김연경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흥국생명은 포스트 김연경 시대에 맞춰 감독, 외국인선수를 모두 바꾸고, 미들블로커 최대어 이다현을 FA 영입했지만, 사령탑들은 흥국생명을 우승권 전력으로 보지 않았다.
표는 최근 4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IBK기업은행으로 향했다. IBK기업은행은 정규리그 1위 예상 투표에서 전체 7표 가운데 5표를 받았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이 IBK기업은행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흥국생명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은 한국도로공사를 지목했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김호철 감독은 “기분 좋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결과다. 우리 팀을 찍어준 거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여기 나와 있는 7팀 모두가 우승후보다”라며 “그 중에서도 한 팀을 찍는다면 한국도로공사다. 도로공사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조화가 잘 맞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2연패 도전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요시하라 감독은 “지금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여러 플레이를 준비시키고 있다. 개인 퍼포먼스가 한 팀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우리 선수들이 죽순처럼 쑥쑥 크고 있다. 성장하는 걸로는 안 질 테니 기대해주면 좋을 거 같다. 모두가 다 같이 레벨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요시하라 감독은 원팀의 일환으로 V리그 첫 시즌 키워드로 ‘불요불굴’을 꼽았다. “어떤 곤란한 상황이 와도 꺾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요시하라 감독의 출사표는 김연경 흔적 지우기로 풀이된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경 중심으로 작전을 세우고, 선수단을 운영했다면 김연경이 없는 새 시즌은 코트 내 모든 구성원들이 김연경 못지않은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요시하라 감독은 김연경 공백을 어떻게 메울 거냐는 질문에 “지금 없는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지금 새로운 흥국생명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있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팬을 늘릴 수밖에 없다”라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언급했다.
핵심은 FA 이적생 이다현을 중심으로 한 미들블로커진이다.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인 요시하라 감독은 비시즌 흥국생명 중앙에 특유의 디테일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하라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플레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다현을 중심으로 한 미들블로커진이다. 그 외 선수들의 성장도 기대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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