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맞이한 포스트 김연경 시대. 배구여제가 없는 흥국생명은 어떻게 왕좌를 지킬 것인가.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흥국생명. 우승팀이라면 당연히 다음 시즌 2연패를 꿈꾸지만, 흥국생명 그 자체였던 ‘배구여제’ 김연경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흥국생명은 포스트 김연경 시대에 맞춰 감독, 외국인선수를 모두 바꾸고, 미들블로커 최대어 이다현을 FA 영입했지만, 미디어데이에서 흥국생명을 우승후보로 꼽은 사령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 청담에서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요시하라 감독은 V리그 첫 시즌 키워드로 ‘불요불굴’을 꼽았다. “어떤 곤란한 상황이 와도 꺾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스 한 명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원팀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지금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여러 플레이를 준비시키고 있다. 개인 퍼포먼스가 한 팀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우리 선수들이 죽순처럼 쑥쑥 크고 있다. 성장하는 걸로는 안 질 테니 기대해주면 좋을 거 같다. 모두가 다 같이 레벨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라는 흥국생명답지 않은 각오를 남겼다.
요시하라 감독의 출사표는 김연경 흔적 지우기로 풀이된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경 중심으로 작전을 세우고, 선수단을 운영했다면 김연경이 없는 새 시즌은 코트 내 모든 구성원들이 김연경 못지않은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요시하라 감독은 김연경 공백을 어떻게 메울 거냐는 질문에 “지금 없는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지금 새로운 흥국생명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있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팬을 늘릴 수밖에 없다”라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언급했다.
전력의 핵심은 FA 이적생 이다현을 중심으로 한 미들블로커진이다.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인 요시하라 감독은 비시즌 흥국생명 중앙에 특유의 디테일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하라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플레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다현을 중심으로 한 미들블로커진이다. 그 외 선수들의 성장도 기대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은퇴 후 흥국생명 어드바이저를 맡은 김연경은 새 시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요시하라 감독은 “아직 상의를 해보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선수단에 많은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떤 특별한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지금처럼 선수들을 지원해줬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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