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발생한 논란의 판정을 ‘오심’으로 결론지었다. 구단은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다.
위원회는 14일 열린 프로 평가 패널 회의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시즌 32라운드 제주와 전북의 지난 3일 K리그1 경기에서 나온 논란의 심판 판정을 주요 검토 안건 중 하나로 다뤘다.
위원회는 “해당 장면은 최종적으로 오심으로 판단됐다. 비디오 판독실과 주심이 같은 의견을 공유하며 온필드 리뷰를 권고하지 않았고, 실제 판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주심 개인의 오심 여부와는 별개로, 외부의 비난이나 압박이 판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이번 주 경기 배정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심판 평가 체계에 따라 감점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른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다”라고 알렸다.
제주전 명백한 오심이 의심되는 상황은 전북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40분께 나왔다. 전북 공격수 전진우가 제주 박스 안에서 쐐기골을 넣고자 몸을 돌려 슈팅을 하려고 할 때 제주 수비수 장민규에게 발목을 밟혀 쓰러졌다. 중계화면으로만 봐도 파울이 상당히 의심 가는 상황이었지만 이동준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골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 땐 비디오 판독(VAR)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주심은 강하게 항의하는 거스 포옛 전북 감독에게 경고를 줬다.

억울함에 놓인 전북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결국 탈이 났다. 경기 종료 1분 남겨두고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도 주심의 안일한 판정이 존재했다. 전북 미드필더 이영재의 유니폼이 뜯길 정도로 중원에서 제주 선수가 반칙성 움직임을 보였지만 주심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이 상황이 시발점이 돼 역습을 내준 전북은 남태희에게 동점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심판은 문전 볼 경합 상황만 VAR 대상으로 삼았을 뿐, 중원에서 벌어진 반칙성 플레이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오심에 가까운 심판 판정으로 좋은 찬스를 놓친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실점까지 내주면서 전북의 조기 우승 확정은 한 발씩 밀리고 있다.
심판진의 '황당 판정'은 전북뿐만 아니라 동점골을 넣은 제주 남태희에게도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심판의 꼼꼼하지 못한 판정이 섞여 골을 넣고도 득점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전북, 남태희 모두 ‘주연이 돼 버린’ 심판에 의해 피해를 본 셈이다.
FC서울과의 31라운드 원정 경기(1-1 무승부) 후 포옛 감독은 “올 시즌 끝나면 (심판 판정에 관해) 여러 생각을 말하겠다”라며 박스 안 핸드볼 반칙에도 페널티킥(PK)을 주지 않았던 심판진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직후 제주전에서 판정 피해를 봐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냔 의견이 쌓이고 있다.

2경기 연속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승리 기회를 놓친 포옛 감독은 결국 폭발했다. 제주전 후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한 팬이 올린 파울 의심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재게시하면서 "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안 보고, 말도 못 한다(Not penalty, Not VAR, Not words)"라는 문구를 달았다.
디에고 포옛 전북 분석코치도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전진우가 상대 발에 밟히는 장면을 공유하며 “VAR도 보지 않고 페널티킥도 주지 않는다. 매주 똑같다”고 심판진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과 KFA 공식 계정 아이디를 태그했다.
더불어 그는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의 슬로건도 곁들였다. 전북이 불리한 판정을 받는 배경에 아버지 포옛 감독이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 아니냔 생각을 우회적으로 들어낸 것이다.

포옛 감독이 경기 후 심판 판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징계 수위에 따라 그는 올 시즌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주심 역시 이번 주 K리그 경기 배정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경기의 결정적 장면에서 VAR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위원회는 “비디오실과 주심이 같은 견해로 온필드 리뷰를 권고하지 않았고 판독 역시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VAR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셈이다.
연맹은 이번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북에 공식 경위서를 요청했다. 전북은 이에 답했다. 연맹은 검토를 마친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jinju217@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쿠팡 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포옛 감독 소셜 미디어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