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해야 할 고민, 손흥민의 '비중'과 오현규가 열어젖힌 '9번 경쟁'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0.16 06: 41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대다수가 굉장히 불편해할 주제지만, 이제는 손흥민(33, LAFC)의 비중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느덧 만 33세가 된 손흥민에게 이전과 같은 활동량과 꾸준함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슈팅 0, 기회창출 0. 손흥민이 브라질전과 파라과이전 2경기에서 108분 동안 남긴 기록이다.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에게는 지나치게 낯선 숫자다. 손흥민은 두 경기 모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상대 센터백 라인을 흔들기보단 공이 발에 닿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반면, 교체로 투입된 오현규(24, 헹크)는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면서 끝내 골망을 갈랐다. 파라과이전 후반 30분, 이강인의 로빙 패스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짓는 쐐기골을 넣었다.

오현규는 체격을 활용한 등지기, 세컨드볼 싸움, 전방 압박 모두에서 손흥민보다 훨씬 현실적인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대표팀의 전술 구조상 '9번 자원'은 단순히 득점만이 아니라 수비 부담을 줄이고, 2선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버텨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손흥민은 여전히 결정력과 폭발력에서는 월드클래스지만, 이런 '버티기'에서는 점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을 향해 더 다듬어야 할 공격 구조는, 손흥민의 비중에 대해 심도 높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브라질전에서는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회 창출도 기록하지 못했고, 파라과이전에서도 45분 동안 박스 안 터치 2회를 기록했을 뿐, 기회 창출과 슈팅 모두 0에 그쳤다.
[사진] 파라과이전 손흥민과 오현규의 스탯 비교 / Fotmob
반면 오현규는 파라과이전 후반 교체 투입 후, 전방 압박의 강도부터 달라졌다. 수비 라인을 끌고 다니며 침투 공간을 열었고, 이강인의 로빙 패스를 완벽히 마무리하며 쐐기골을 터뜨렸다. 몸싸움, 압박, 침투 타이밍 모두 '정통 9번'의 역할에 가까웠다.
또한 득점 이외에도 슈팅 3회와 드리블 성공 1회, 밑으로 내려와 공격을 전개하는 전환 패스까지 성공하며 다재다능한 모습도 선보였다. 
지난 9월 멕시코전에서의 모습은 방향을 제시한다. 당시 손흥민은 2선으로 내려와 경기를 풀어주며 환상적인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정면을 보고 뛰며 마무리할 때, 손흥민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다. 등지고 버티기보단, 달리며 찌르는 위치에서 그의 장점이 살아난다.
결국 답은 역할 분담이다. 오현규가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답답할 때 투입돼 다른 방식으로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손흥민의 '존재'보다 중요한 건 '사용법'이다. 이제 대표팀은 손흥민의 나이를 고민해야 할 때다. 언제나 선발이 답은 아니다.
지난 9월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은 얼마나 오래 뛰느냐보다 언제 결정적인 순간에 팀에 기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표팀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의 '비중'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동시에 '손흥민과 오현규의 공존' 가능성은 여전히 탐색해야 할 과제다. 오현규가 버티고 손흥민이 그 뒤나 좌우 하프스페이스에서 움직이는 형태는, 홍명보호가 답답할 때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오현규의 피지컬이 공간을 만들어주고, 손흥민의 순발력과 타이밍이 이를 마무리하는 구조다.
즉, 손흥민의 역할을 '선발 스트라이커'에서 '후반 조커 자원' 혹은 '오현규와의 공격 조합 실험'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 논의가 아니라,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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