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기다린 엄지성(23, 스완지 시티)에게 엄청난 기회가 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엄지성과 오현규의 연속골이 터져 파라과이를 2-0으로 눌렀다. 한국은 지난 10일 브라질전 0-5 완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26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에서 포트2가 유력해졌다.
한국은 전반전 엄지성, 후반전 오현규가 한 골씩 보태 완승을 거뒀다. 파라과이의 위협적인 슈팅은 골키퍼 김승규가 막았다. 파라과이는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등 불운이 따랐다.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활약하는 엄지성이 큰 골을 터트렸다. 전반 15분 이명재가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알론소가 걷어내려다 실수를 범했다. 근처에 떨어진 공을 엄지성이 침착하게 차 넣으며 자신의 A매치 선발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봤다. 2022년 1월 아이슬란드전 이후 약 3년 만의 A매치 득점이다.
경기 후 환한 미소의 엄지성은 취재진을 맞았다. 그는 “정신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시간이 워낙 많아서 축구생각도 많이 했다. 경기에 들어가서 어떻게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좋은 기회가 와서 잘 마무리했다”고 웃었다.
크로스를 올려준 이명재와 왼쪽 호흡이 좋았다. 엄지성은 “명재 형이 크로스 올릴 때 가운데서 다이렉트로 임팩트를 갖다대기에 늦은감이 있었다. 공이 수비수 발에 맞고 나에게 떨어졌다. 그 짧은 상황에서 못 넣으면 어떨까 많은 생각을 했다. 다행히 침착하게 마무리했다”고 털어놨다.

브라질전 5-0 대패 후 많은 선수들이 흔들렸다. 엄지성은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매번 이길 수 없다. 대패할 때도 있고 승리할 때도 있다. 이미 지났다. 다음 경기 더 집중하고 생각했다. 빨리 잊고 선수들끼리도 동기부여 삼아서 준비 잘했다”고 극복했다.
황희찬의 부상이 엄지성에게 기회로 돌아왔다. 인생 모른다. 계속 이렇게 잘하면 월드컵에 갈 수 있다. 엄지성은 “저는 항상 대표팀에 매번 오는 선수가 아니다. 오늘처럼 주어진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11월에 다시 발탁되도록 소속팀에 돌아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