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을 내친 뒤 네덜란드 전설 파트릭 클라위버르트를 선임했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도 고개를 숙였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 플레이오프 B조 2라운드 경기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후반 31분, 이라크의 지단 이크발에게 허용한 중거리 슛 한 방이 승패를 갈랐다.
초반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밀리지 않았다. 촘촘한 수비로 맞섰고, 빠른 역습으로 위협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점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이라크의 노골적인 시간 끌기에 페이스를 잃었고, 선수단은 끝내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추가시간 11분이 주어졌지만, 만회골은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2연패로 월드컵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앞선 사우디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허용해 2-3으로 패했던 터였다.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선 분노한 팬들이 물병을 던졌고, 일부 스태프는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결과보다 충격적인 것은 '민심'이었다. 경기 막판 관중석에서는 "신태용! 신태용!" 함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이 새 감독 클라위버르트를 향해 등을 돌린 것이다. 현지 매체 '시시아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만2,878명 중 무려 91.8%가 '#파트릭아웃'을 선택했다. '유임'을 택한 응답자는 8.2%에 불과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시시아골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클라위버르트 체제에서 인도네시아는 6경기 2승 4패, 승률 33.3%에 그쳤다. 득점은 5골, 실점은 15골. 그마저도 3골은 페널티킥이었다. 이것이 그가 말한 '토탈 풋볼'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 시절(2023년 말까지) 14경기에서 6승 4무 4패, 승률 42.9%를 기록했다. 수비적 전술로 비판을 받았지만, 17실점·26득점으로 훨씬 효율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체제가 훨씬 안정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시시아골](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14/202510141537772434_68edf0c888933.jpg)
비난의 화살은 클라위버르트를 선임한 에릭 토히르 회장에게도 향했다. 시시아골은 토히르 회장이 클라위버르트와 함께 찍은 발표 사진을 공개하며 "모든 건 여기서 시작됐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토히르 회장도 결국 사과문을 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 여러분과 선수들,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사상 처음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진출했지만, 본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송구하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사태의 출발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했지만, 토히르 회장은 올해 1월 돌연 계약을 파기했다. 대신 네덜란드 레전드 공격수 출신 클라위버르트를 감독으로 앉혔다. 지도자로서 별다른 성과가 없는 인물을 택한 결정은 처음부터 논란이었다.
당시 PSSI는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과의 연계를 위한 선택"이라며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클라위버르트는 귀화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켰음에도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했다. 오히려 대표팀은 조직력을 잃었고, 팬심도 떠났다.
결국 토히르 회장의 '유럽 실험'은 참패로 끝났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신태용 감독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침 신 감독은 울산 HD에서 65일 만에 물러난 상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