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워라!' “인구 52만의 기적” 카보베르데,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 쾌거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5.10.14 12: 17

 아프리카 서쪽 끝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역사적인 첫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축구의 변방이라 불리던 나라가 결국 세계 축구의 중심 무대로 올라섰다.
카보베르데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프라이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번 승리로 7승 2무 1패(승점 23점)를 기록한 카보베르데는 전통 강호 카메룬(5승 4무 1패·승점 19)을 제치고 조 1위를 확정지으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결과로 카보베르데는 나이지리아, 세네갈,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섯 번째로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국가가 됐다. FIFA 랭킹 70위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가 대륙의 강호들을 제치고 본선에 오르자 현지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 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국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의 모습이 이어졌고, 프라이아 도심 거리 곳곳에서 폭죽과 노래가 밤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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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의 본선행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끈질긴 근성의 결과였다. 본선행의 분수령은 지난달 카메룬전이었다. 그동안 맞대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상대에게 1-0으로 승리하며 역사를 다시 썼다. 이 한 경기가 운명을 바꿨다. 그 승리 이후 선수단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자리한 카보베르데는 15개의 섬으로 구성된 군도 국가다. 15세기 포르투갈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이후 500년 넘게 식민지로 지배받다 1975년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4033㎢로, 한반도의 약 25분의 1 수준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인구는 약 52만5000명으로, 서울 마포구보다 적다.
이로써 카보베르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인구 33만명 기적’을 썼던 아이슬란드에 이어,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 중 인구가 두 번째로 적은 나라가 됐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FIFA 랭킹 150위권에 머물렀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최고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다. 유럽 이민 2세대 출신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팀의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대표팀의 주장 라이언 멘데스(알나스르 SC)를 비롯해 로테르담 페예노르트의 제프테, 파리FC의 케빈 파르나 등 실력파 자원들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현지 언론 아 발라는 “카보베르데가 드디어 해냈다. 바람과 모래뿐이던 섬나라가 축구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감격적으로 전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축구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 제한된 인프라, 작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 도전한 ‘작은 나라의 큰 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공격수 멘데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린 어릴 적부터 TV로만 보던 무대에 선다. 믿기지 않지만, 이건 현실이다. 이제 카보베르데의 이름을 전 세계가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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