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위의 천재로 남을까, 잉글랜드로 날아오를까...이강인에게 선택의 시간이 왔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14 06: 52

 이강인(24, PSG)이 또다시 인생의 갈림길에 섰다. 이번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아스톤 빌라가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
프랑스 매체 ‘풋 01’은 12일(한국시간) “아스톤 빌라가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PSG는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빌라는 시즌 초반 삐걱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7경기 6골 — 20개 팀 중 세 번째로 득점이 적다. 지난 시즌엔 UCL 진출 경쟁을 펼치며 돌풍의 팀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시즌은 골 가뭄으로 힘을 잃었다. 에메리 감독의 눈은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에게 향했다. 그 해답이 바로 이강인이었다.

‘풋 01’은 “에메리 감독은 공격 전개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는 선수로 이강인을 지목했다. 그는 이미 구단에 다음 이적시장을 대비한 리스트를 제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 이강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PSG가 결코 싸게 그를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 라이브’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했다. “빌라는 5000만 파운드(약 958억 원)의 거액을 준비했다. 에메리 감독은 이강인의 다재다능함과 전술 이해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그의 영입이 팀 공격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좌우 윙,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플레이메이커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에메리는 이런 ‘멀티 크리에이터’를 누구보다 선호한다. ‘버밍엄 라이브’는 “에메리는 공간을 읽고 템포를 조절할 줄 아는 선수를 좋아한다. 이강인은 그의 축구 철학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상황은 복잡하다. PSG 입단 이후 꾸준히 출전했지만, 확실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프랑스 ‘레퀴프’는 “이강인은 PSG에서 90경기 이상 뛰었지만 대부분 교체 출전이었다. 이제 만 25세를 앞둔 그는 더 이상 후보로 남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문제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엔리케의 ‘전술적 핵심’이었던 이강인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점점 밀려났다. 특히 2006년생 유망주 세니 마율루에게 기회를 내주며,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엔리케는 “이강인은 전술적으로 중요한 자원이지만, 아직 완전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상 ‘로테이션 카드’로 본 셈이다.
이강인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지금, 실전 감각이 절실하다. 대표팀에서도 주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벤치보다, 잉글랜드의 그라운드가 그에겐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PSG가 순순히 손을 놓을 리도 없다. ‘풋 01’은 “이강인은 향후 두 번의 이적시장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PSG는 그를 쉽게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부상자가 많은 팀 사정상 엔리케 감독은 공격진의 한 축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강인의 계약은 2028년까지다. PSG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버밍엄 라이브’ 역시 “PSG는 이강인을 여전히 높은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엔리케의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임팩트 교체’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장기 계약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PSG가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
결국 이강인의 거취는 ‘빌라의 설득력’에 달려 있다. 빌라는 유럽대항전 진출이 가능한 전력으로 평가받지만, 아직은 PSG와는 다른 레벨이다. 그러나 빌라엔 확실한 무기가 있다 . ‘주전 보장’이다. 이강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꾸준한 실전이다.
아스톤 빌라의 러브콜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다. 에메리는 “이강인은 기술, 시야, 움직임 모두 수준급이다. 팀의 전술적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빌라 내부에서도 “이강인은 필리페 쿠티뉴 이후 잃어버린 창의성을 되살릴 카드”라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반면 PSG는 ‘이적 불가’ 입장을 유지 중이다. 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이강인의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여름 노팅엄 포리스트가 3000만 유로(약 500억 원)를 제시했지만, PSG는 거절했다. 노팅엄이 제안을 6000만 유로(약 1000억 원)까지 올려도 반응은 같았다.
PSG 내부 관계자는 “이강인은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로 팀에 헌신하는 선수다. 그는 단순한 로테이션 멤버가 아니다. PSG는 그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이강인에게 남은 카드는 하나다. 자신의 의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
이강인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낭비한다면,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프랑스의 벤치 위 천재보다는, 잉글랜드에서 뛰는 주전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강인은 지금,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에메리의 품으로 날아가 새로운 시작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PSG에서 또 한 번 싸울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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