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았다.” 스티븐 제라드(45)가 결국 고향 같은 팀 레인저스의 손을 뿌리쳤다.
영국 ‘BBC’는 12일(한국시간) “제라드가 레인저스 복귀 제안을 거절했다. 레인저스는 러셀 마틴 감독 경질 후 제라드에게 다시 한 번 팀을 맡길 기회를 제시했지만, 그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제라드와 레인저스의 접촉은 번개처럼 이루어졌다. 지난주 마틴 감독이 경질되자, 레인저스는 즉각 제라드 측과 대화를 시작했다. 양측은 구단의 비전, 선수단 리빌딩, 감독 지원 범위 등 세부 사항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론은 ‘거절’이었다.
BBC는 “제라드가 레인저스에 여전히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복귀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감독직 복귀 의지는 여전하지만, 지금은 구단 상황과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라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레인저스를 지휘하며 구단의 역사를 다시 썼다. 2020-2021시즌에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우승을 차지하며, 셀틱의 리그 9연패를 끊어냈다. 당시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전술 리더십으로 ‘레전드의 부활’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라드의 지도 아래 레인저스는 유럽 무대에서도 강한 압박 축구로 변모했다. 팬들은 “제라드는 레인저스의 심장을 되살린 사령관”이라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제라드는 아스톤 빌라를 이끌며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2022년 중도 경질됐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알에티파크로 향했지만, 리그의 환경과 전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럼에도 제라드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다시 경쟁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진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 팀을 원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무대가 레인저스는 아니었다. BBC는 “그는 레인저스의 현재 불안정한 구단 구조와 선수단의 경기력 저하를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레인저스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6월 부임한 러셀 마틴 감독은 17경기 만에 경질됐다. 리그 7경기에서 단 1승(1승 3무 3패)에 그치며 8위까지 추락했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는 벨기에 명문 클럽 브뤼허에 합계 1-9로 참패를 당했다.

‘명가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팬들의 분노도 폭발했다. 마틴의 마지막 경기였던 파커크전 이후, 일부 팬들은 구단 버스를 가로막고 “구단이 죽어가고 있다”며 항의했다. 경찰이 출동해 감독과 선수단을 호위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레인저스는 즉각 새 사령탑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제라드는 최우선 카드였다. 구단은 ‘클럽의 상징’이자 ‘가장 성공적인 감독 중 하나’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제라드의 거절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BBC는 “제라드가 언젠가 아이브록스로 돌아올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레인저스의 팬이자 레전드로 남아 있지만,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라드는 여전히 유럽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최근 영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은 아직도 그라운드에 있다. 단지 올바른 시기와 환경을 기다릴 뿐”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