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프리미어리그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은 지난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대 최고의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는 누구인가?’라는 팬 투표를 시작했다.
총 15명의 후보 중 한 명으로 손흥민이 포함됐다.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디디에 드로그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르히오 아구에로, 해리 케인, 모하메드 살라 등 PL의 전설적인 이름들 사이에 손흥민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11일 오후 2시 기준, 손흥민은 23%의 득표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17%를 기록 중인 시어러, 14%의 홀란을 제치고 3일 연속 선두를 지켰다.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PL의 판도를 바꾼 아시아 슈퍼스타임을 다시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표는 단순한 인기 경쟁이 아니다.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성취와 상징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는 PL 역사상 가장 꾸준히 활약한 공격수 중 한 명이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지금까지 333경기에서 127골 77도움을 기록했다. 득점뿐 아니라 경기력, 헌신, 팀 리더십까지 모두 인정받았다.
손흥민의 PL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5년 여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지만 초반엔 어려움이 많았다. 언어 장벽, 빠른 경기 템포, 문화 차이로 부진에 시달렸고, 당시 현지 언론들은 “1년 만에 독일 복귀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손흥민을 붙잡은 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믿음이었다. 그 한마디가 손흥민과 토트넘 운명을 바꿨다.이후 손흥민은 팀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성형 공격수로 진화했고, 결국 2021-2022시즌에는 PL 역사에 남을 순간을 만들었다.
35경기에서 단 한 번의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그는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순수 필드골 득점왕’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영국 ‘BBC’는 “손흥민은 리그의 흐름을 바꾼 아시아 슈퍼스타”라고 칭했다.

2023-2024시즌,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난 후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찼다. 부상과 전술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잡았고, 2024-2025시즌에는 마침내 토트넘의 첫 유럽 대항전 우승 트로피(UEFA 유로파리그)를 들어 올렸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득점과 어시스트뿐 아니라 ‘리더십’으로도 한 시대를 마감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손흥민은 10년간의 토트넘 생활을 마무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했다. 무대를 옮겼지만 그의 기세는 식지 않았다. MLS 데뷔 후 9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은 MLS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라며 “LAFC는 그를 통해 팀의 새로운 정체성을 완성했다”고 극찬했다.
이번 PL 사무국이 주관하는 팬 투표에서 손흥민과 경쟁하는 이름은 모두 유럽 축구사를 빛낸 전설들이다. 앙리, 시어러, 드로그바, 케인, 살라, 호날두, 아구에로, 홀란, 판페르시, 앤디 콜, 제이미 바디까지. 그럼에도 손흥민이 이들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은 그가 단순한 ‘아시아 대표 선수’가 아니라, 이제 ‘PL의 역사’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축구 전문 기자 댄 휠런은 “손흥민은 통계 이상의 상징적 존재다. 그는 토트넘을 넘어 리그 전체의 문화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BBC 또한 “손흥민은 PL이 글로벌 리그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선수다. 그가 없었다면 아시아 팬들의 열광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투표는 숫자가 아닌 상징의 싸움이다. 앙리의 우아함, 시어러의 폭발력, 드로그바의 파워 사이에서도 손흥민은 자신만의 길로 PL 역사를 새로 썼다. 그의 이름이 단지 아시아의 자존심이 아니라, 이제 ‘프리미어리그의 아이콘’으로 남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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