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믹스트존에 선 마테우스 쿠냐(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은 ‘클래스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월드컵 8개월을 앞두고 남미 최강과 맞붙었지만 결과는 0-5 완패였다. 이스테방(첼시)과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가 나란히 멀티골을 터뜨리며 브라질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브라질의 빠른 템포와 유연한 전개에 끌려다녔다. 중원은 카세미루와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완벽하게 장악했고,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과 2선 침투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한국 수비 라인을 계속 흔들었다. 전반 17분 이스테방의 골로 균형이 무너졌고, 후반 들어선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까지 가세하며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이날 경기에서 쿠냐는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브라질의 ‘전술적 연결고리’로 맹활약했다. 1도움과 3회의 결정적 기회 창출을 기록하며 전방 압박과 연계의 중심에 섰다.

경기 후 만난 쿠냐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헌신’이었다. 모두가 자기 역할을 넘어 팀을 위해 뛰었다”며 “감독님이 강조하신 대로 압박을 강하게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국은 정말 조직적인 팀이었다. 빌드업이 안정적이었고, 몇 차례 우리 압박을 뚫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믿고 끝까지 플랜을 밀어붙였다. 그것이 오늘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쿠냐는 인터뷰 내내 ‘희생’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안첼로티 감독님은 언제나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신다. 누가 골을 넣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누가 더 희생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그는 모든 선수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어떤 위치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지 꿰뚫고 있다. 이런 철학이 지금 브라질 대표팀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격수의 수비 가담에 대해 묻자 쿠냐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 수비가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공격수들도 함께 수비했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이 편하게 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앞선에서 끊임없이 압박했다. 공격수들이 희생해야 팀이 단단해진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보여준 브라질의 축구였다”고 강조했다.
쿠냐는 또 “이제는 개개인의 화려함보다 팀 전체의 헌신이 중요하다. 대표팀은 어떤 스타 플레이어보다 큰 존재다. 우리가 하나로 뭉칠 때, 개인의 기량은 자연스럽게 빛난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오늘처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단순히 승리를 넘어서, 팬들에게 영감을 주는 팀이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