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패배' 손흥민, "배우는 게 중요, 넘어지고 일어나야" [서울톡톡]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0.11 08: 09

"결과만 보면 못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전은 손흥민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그는 선발로 출전하며 A매치 통산 137번째 경기를 치렀다. 136경기로 공동 1위였던 차범근, 홍명보를 넘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최다 출장 단독 1위. 18세 소년으로 폴란드전에서 데뷔했던 그가, 15년 만에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그라운드 한가운데 섰다.
아쉽게도 대기록의 순간은 씁쓸했다. 한국은 이스테방과 호드리구, 비니시우스가 잇달아 터뜨린 골에 무너졌다. 0-5, 완패였다. 브라질의 압박은 거세고, 전환은 빨랐다. 손흥민은 고립됐다. 슈팅 0개, 유효슈팅 0개, 기회 창출 0개. 패스는 21개 중 18개가 성공했지만, 상대 수비의 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A매치 평가전을 치러 이스테방(첼시)과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에게 나란히 2골을 허용하면서 0-5로 대패했다.한국은 1999년 이후 26년 만에 브라질전 승리를 노렸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전반 한국 손흥민이 실점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5.10.10 /sunday@osen.co.kr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차분했다. 그는 "결과만 본다면 못 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뛰는 입장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들을 향해 "그런 점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정말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물론 실수로 인해 실점한 건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는 괜찮았다. 작은 실수 하나가 세계적인 팀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오늘을 배우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어 "좋은 팀을 상대로 싸우다 보면 '우리가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다 출장 기록에 대한 소감은 겸손했다. "경기 수를 채워가는 게 제가 잘한 것보다는 주위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배들이 늘 팀에 대해 조언해주셨고,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중계방송 인터뷰에서도 그는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선수들 그리고 팬들과 함께해서 기쁘다. 결과는 속상하지만 팬들의 응원 덕분에 잘 마무리하게 됐다. 그게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강팀과 부딪히며 배우는 게 중요하다. 넘어지고 또 일어나야 한다. 이런 패배로 주저앉을 시간은 없다"라고 다짐했다.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15년 동안 대표팀에서 꾸준히 뛸 수 있었던 건 절대 내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님, 차범근 위원님은 한국 축구의 상징 같은 분들이다. 그런 분들과 같은 자리에 서게 돼 영광스럽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137경기. 세 번의 월드컵, 수많은 골과 눈물, 그리고 한 세대의 기억이 그 숫자 안에 담겼다. 손흥민은 여전히 달리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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