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빛나는 모습은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A매치 평가전을 치러서 이스테방과 호드리구에게 나란히 2골을 허용하면서 0-5로 대패했다. 한국은 1999년 이후 26년 만에 브라질전 승리를 노렸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경기는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라, 홍명보호가 남미 강호를 상대로 전술 완성도와 실전 경쟁력을 점검할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오히려 새로운 숙제만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이날 세계적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 마테우스 쿠냐, 카세미루 등 최정예 멤버를 모두 출격시키면서 한 수 위의 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홍명보호는 상대의 뛰어난 개인기 앞에 준비한 스리백과 중원의 빈 틈이 공략당하면서 본선 무대를 앞두고 조직력 강화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도 이날 선발로 나섰다. 이강인은 이날 2선 프리롤로 나서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이재성과 함께 원톱 손흥민을 보좌했다.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역습을 지휘해야 되는 임무를 맡은 이강인이지만 브라질의 철벽 같은 수비에 전면 봉쇄 당했다.
이날 브라질은 PL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중심으로 중원을 구성했다. 가마랑이스와 카세미루로 구축된 중원은 한국의 볼 전개 자체를 봉쇄하려는듯 흐름마다 강력하게 달려들었다.
세계 정상급 중원의 압박에 한국은 제대로 볼전개도 하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는 실력 차이를 체감했다. 그나마 2선에서 이강인이 분전했다.

이강인의 클래스가 잘 보인 장면이 있었다. 전반 32분 한국의 전개 과정에서 이강인이 공을 잡자 브라질의 중원에 더해서 수비까지 빠르게 압박에 가담하면서 3명이 그를 둘러쌌다.
자칫 잘못하면 역습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이강인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 선수를 등을 지고 버티고 정확한 패스로 탈압박에 성공했다. 강팀의 탈압박에서도 이강인의 센스와 패스가 빛을 발한 것.
한국과 브라질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이강인이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순간순간마다 보이는 센스는 빛을 보이면서 월드컵에서 한국의 비밀 병기라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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