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했지만 탁월하게...첫 전기차 운 띄우는 페라리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10.10 11: 39

슈퍼카의 상징적인 존재, 페라리가 첫 전기차 공개를 앞두고 운 띄우기에 나섰다. 신중했던 만큼 확실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깔려 있는 모습이다. 
페라리가 최근 2025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차에 들어갈 양산형 섀시와 핵심부품을 공개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탄생한 새로운 페라리 일레트리카(Ferrari Elettrica)는 최첨단 기술에 압도적인 성능, 그리고 모든 페라리 모델들의 특징인 짜릿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담아냈다. 모든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브랜드 고유의 엔지니어링 철학과 장인 정신이 바탕이 됐다.

페라리의 전동화 기술 연구는 2009년 포뮬러 1 레이스카에서 파생된 최초의 하이브리드 솔루션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0년 599 HY-KERS 프로토타입부터 2013년 라페라리, 그리고 페라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와 296 GTB를 거쳐 최근 공개된 849 테스타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력을 축적하고 완성해왔다.
페라리 역사상 첫 전기차를 향한 전략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최고의 성능과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진정한 드라이빙 경험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었을 때 선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 프로젝트가 양산 준비를 마쳤으며, 60건 이상의 독자적인 기술 특허를 확보했다. 또한,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섀시와 바디쉘 모두 75%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차량 한 대당 총 6.7톤이라는 놀라운 이산화탄소(CO2)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구조적인 특징으로는 짧은 오버행과 프런트 액슬 가까이 배치된 운전석, 차체 하부와 완벽히 통합된 배터리를 들 수 있다. 배터리 모듈은 앞뒤 차축 사이에 설치되었으며, 그중 85%를 가능한 가장 낮은 위치에 집중시켜 무게 중심을 낮추고 주행 성능을 극대화했다.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80mm나 낮게 무게 중심을 잡았다.
후면부에는 페라리 역사상 최초로 분리형 서브프레임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을 억제하면서도, 페라리 차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견고한 강성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푸로산게에서 처음 선보이고 F80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3세대 48V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은 네 바퀴에 코너링 하중을 최적으로 분배해 편안한 승차감, 차체 제어 그리고 차량의 역동성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는 100% 자체 개발하고 제작한 두 개의 전기액슬을 탑재했다. 각 액슬에는 F1 기술에서 시작해 양산 모델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된 할바흐 배열 로터(Halbach array rotors, 자석의 힘(자기장)을 낭비 없이 한쪽 방향으로만 강력하게 집중시키는 특수한 자석 배열 기술)와 한 쌍의 동기식 영구자석 엔진이 장착되었다. 프런트 액슬은 출력밀도 3.23kW/kg로 최고출력시 효율은 93%에 달하며, 리어 액슬은 4.8kW/kg의 출력밀도와 동일한 최고효율을 달성한다. 최대 300kW의 출력을 내는 프런트 인버터는 액슬에 완전히 통합됐으며, 그 무게는 9kg에 불과하다.
페라리에서 설계하고 조립한 배터리는 현존하는 모든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약 195Wh/kg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며, 열 분배와 성능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된 냉각 시스템을 탑재했다.
'레인지(Range)' '투어(Tour)' '퍼포먼스(Performance)'의 세 가지 드라이빙 모드가 에너지, 가용 출력, 트랙션을 제어한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을 통해 운전자는 5단계로 점차 높아지는 토크와 출력 전달을 직접 제어할 수 있으며, 점진적인 가속감과 함께 차와 하나 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차량 제어 유닛(Vehicle Control Unit)은 동적 변수들을 초당 200회 업데이트하여 서스펜션, 트랙션, 스티어링 기능을 한발 앞서 예측하고 제어한다.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민첩성과 안정성, 그리고 정밀성을 구현했다.
그리고 모든 페라리의 핵심 정체성인 사운드는 전기 파워트레인 고유의 특성을 강조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고정밀 센서가 파워트레인 부품의 기계적인 진동을 포착하고, 이를 증폭시켜 역동적인 주행 경험을 그대로 반영해 생생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이는 운전자에게 직접적인 청각적 피드백이 되어 차와의 교감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내년 초에 새로운 페라리 전기차의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를 미리 선보이고, 봄이 되면 차량의 기술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완성형 모델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페라리 일레트리카의 섀시는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미드리어 엔진 베를리네타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이 구조는 운전석을 프런트 휠 가까이 배치하여 운전자가 가장 순수한 주행 피드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페라리 라인업의 GT 모델처럼 뛰어난 접근성과 최고의 편안함까지 보장한다.
이러한 구조 채택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적 난관이 뒤따랐다. 특히 전기차의 무거운 중량을 감안할 때, 충돌 시 에너지 흡수 문제가 가장 큰 과제였다. 페라리는 이를 혁신적인 해법으로 해결했다. 프런트 쇼크 타워가 충격 발생 시 에너지를 직접 흡수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으며, 프런트 전기엔진과 인버터의 배치를 최적화해 충격 에너지가 섀시의 결합부에 도달하기 전에 분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은 극대화하고, 차체 구조의 온전함은 보존했다.
프런트 및 리어 액슬에는 각각 두 개의 독립적인 전기엔진이 탑재되었다. 이 엔진들은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토크 벡터링(torque vectoring, 코너링 시 좌우 바퀴의 구동력(토크)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주행의 역동성을 한층 더 향상시킨다.
총 출력 210kW의 프런트 액슬은 사륜구동이 필요 없는 주행 상황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속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속도 영역에서 동력 연결을 차단하고 차량을 후륜구동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최대 가속 시, 프런트 액슬은 휠에 최대 3,500Nm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다.
프런트와 리어 액슬의 출력은 비대칭 구조다. 리어 액슬은 최고출력 620kW, 출력밀도 4.8kW/kg를 자랑하며, 최고출력 시 93%의 효율을 발휘한다. 특히 '퍼포먼스 런치(Performance Launch)' 모드에서는 노면에 전달되는 최대리어토크가 자그마치 8,000Nm에 달한다.
액슬에 탑재되는 영구 자석 동기 엔진(permanent magnet synchronous engines)의 개발 과정은 현존하는 기술을 한계점까지 밀어붙이는 도전이었다. 인상적인 토크와 출력밀도는 페라리가 모터스포츠에서 쌓아온 유산이 있기에 가능한 성과다.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사소한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구조를 최적화하고 최고의 성능을 내는 소재를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리어 엔진은 25,500rpm, 프런트 엔진은 30,000rpm에 달하는 높은 회전 속도 덕분에 각각 310kW와 105kW라는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콤팩트한 크기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액슬 구조를 실현했다. 로터(회전자)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조각으로 분할된 표면 부착형 영구 자석(surface-mounted permanent magnets)이 사용됐다. 이와 함께, 모터스포츠에서 유래한 '할바흐 배열' 구조를 채택해 자기장을 고정자(stator) 쪽으로 집중시킴으로써 토크 밀도를 극대화하고 전체 무게를 줄였다.
페라리가 100% 자체 설계하고 조립한 배터리는 차체 하부와 완벽하게 통합되어,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무게 중심을 80mm 낮추는 데 성공했다. 차체 중앙부는 통합 최적화 설계를 통해 배터리와 섀시 시스템의 무게를 최소화하면서 차량 동역학 성능은 극대화했다. 전체 모듈의 85%는 차체 하부(플로어팬) 아래에, 나머지 모듈은 뒷좌석 아래에 배치된다. 이러한 배치는 47:53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가능케한다.
배터리는 총 15개의 모듈(6개의 듀얼 열, 1개의 싱글 열, 그리고 2개의 상단 모듈)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휠베이스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가용 공간을 최적으로 활용하여, 차량의 민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각 모듈은 저항 용접(resistance-welded, 전기 저항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빠르고 정밀한 용접 방식) 방식으로 연결된 14개의 셀을 탑재하고 있으며, 셀 사이는 절연 칸막이와 전도성 금속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다.
인버터는 페라리 엔지니어링이 드라이브트레인(Drivetrain, 내연엔진 혹은 전기엔진에서 만들어진 동력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모든 부품들의 조합) 기술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로, 극한의 성능과 콤팩트한 크기, 완벽한 제어 능력이 모두 결합됐다. 이 인버터는 배터리의 고전압 직류 전력을 교류 전류로 변환하여 전기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며, 반대로 회생 제동을 통해 회수된 에너지는 교류에서 직류로 다시 변환하여 배터리 팩을 재충전한다.
페라리는 내연기관 엔진의 음색을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전기 드라이브트레인 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페라리 일레트리카의 사운드는 디지털로 만들어낸 가상의 소리가 아니라, 부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마치 일렉트릭 기타와 같은 원리다. 어쿠스틱 기타처럼 통 자체의 울림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픽업(센서)이 줄의 진동을 감지해 앰프로 보내 증폭된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리어 액슬에 장착된 고정밀 센서가 파워트레인의 주파수를 포착하고, 이를 증폭시켜 외부로 내보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인해 낮아진 무게중심과 높아진 설계 자유도 덕분에, 페라리 푸로산게에 적용되었던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과 최신 슈퍼카 F80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큰 폭으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쇼크 업소버는 새롭게 최적화된 설계를 통해 무게가 2kg감소했다. 이제는 윤활유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열전대(thermocouple, 두 종류의 금속선을 접합해 온도에 따라 발생하는 미세한 전압으로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통합되어 고온과 저온 환경 모두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장한다.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은 네 바퀴 각각의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4엔진 파워트레인 및 사륜 조향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페라리 역사상 최초로 모든 주행 상황에서 차체의 수직, 종방향, 횡방향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한다. 이를 통해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페라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짜릿한 드라이빙 스릴을 선사한다.
페라리 차량의 트레이드 마트 중 하나는 끊임없이 몰아치는 가속감이다.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토크 시프트 인게이지먼트(Torque Shift Engagement, 단계별 토크 전개)' 전략을 통해 짜릿하고 몰입감 넘치는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전기엔진의 최적화된 구조와 즉각적인 응답성을 활용한 것이다.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운전자가 오른쪽 패들 시프트를 통해 5단계로 점차 강해지는 출력과 토크를 순차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매우 넓은 속도 영역에 걸쳐 강력한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기엔진의 즉각적인 응답성은 각 단계를 넘어갈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토크의 순간적인 공백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가속감을 온전히 만끽할 시간을 벌고,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추진력을 경험하게 된다. 제동 시에는 왼쪽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여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재현할 수 있다. 이는 더욱 짜릿한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특별히 조정된 기능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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