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즌까지도 가을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37)가 불펜으로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 또 고개를 숙였다. FA 이적생 불펜투수 태너 스캇(31)이 개인적인 사유로 야구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커쇼에게 멀티 이닝이 주어졌고, 5실점 참사로 이어졌다.
커쇼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3차전에 구원 등판, 2이닝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5실점(4자책)으로 난타당했다. 다저스도 2-8로 패했다.
7회까지 1-3으로 뒤졌던 다저스는 그러나 커쇼가 8회에만 5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는 바람에 추격 의지가 꺾였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NL 홈런왕(56개) 카일 슈와버가 멀티 홈런을 폭발하는 등 침체됐던 필라델피아 타선의 기를 살려준 게 불안 요소다.
다저스는 7회 시작과 함께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 커쇼는 올 시즌 23경기(22선발·112⅔이닝) 11승2패 평균자책점 3.36 탈삼진 84개로 활약하며 크고 작은 부상자들로 어려움을 겪은 다저스 선발진을 지켰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앞두고 다저스는 부상에서 돌아온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노우 그리고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 5이닝 빌드업을 완료한 오타니 쇼헤이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4인 선발 체제를 이뤘다.
![[사진]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09/202510091907778685_68e7911db564c.jpg)
이들에 비해 구위가 떨어지는 커쇼는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불펜으로 준비했다. 이날 구단 레전드 투수 샌디 쿠팩스를 비롯해 다저스타디움 관중들의 기립 박수 속에 7회 마운드에 올라온 커쇼는 그러나 첫 이닝부터 불안했다.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슬라이딩 캐치, 포수 윌 스미스의 1루 견제사 힘입어 실점을 주진 않았지만 안타 1개에 볼넷 2개로 아슬아슬했다.
8회에는 다른 투수가 올라올 타이밍이었지만 커쇼가 그대로 나왔고, 선두타자 J.T. 리얼무토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2구째 슬라이더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공략당했다. 3점차로 벌어지긴 했지만 8~9회 공격이 남아있는 만큼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구위가 떨어진 커쇼를 계속 밀어붙였다.
결국 5실점 빅이닝 허용으로 이어졌다. 커쇼는 수비 실책이 겹쳐 4점을 추가로 내줬다. 맥스 케플러에게 볼넷을 내준 뒤 닉 카스테야노스를 3루 땅볼 유도했지만 맥스 먼시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브라이슨 스탓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커쇼는 터너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슈와버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슈와버는 커쇼의 초구 몸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날 경기 멀티 홈런.
![[사진]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09/202510091907778685_68e7911e504e8.jpg)
커쇼는 다음 타자 하퍼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고, 봄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줬다.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의 홈 보살로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커쇼는 2이닝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5실점(4자책)으로 체면을 구겼다. 48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22개뿐이었고, 타구 속도는 평균 시속 96.9마일(155.9km)에 달할 정도로 쭉쭉 맞아나갔다.
로버츠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경기 후반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에서 굳이 필승조 투수를 소모할 수 없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아직 출장이 없는 스캇이 8회에 나올 타이밍이었지만 등판하지 않은 이유 있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스캇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늘 야구장에 없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 나중에 알려지겠지만 오늘은 기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지난겨울 4년 7200만 달러 대형 FA 계약 맺고 다저스에 온 스캇은 올 시즌 61경기(57이닝) 1승4패23세이브8홀드 평균자책 4.74로 부진했다. 블론세이브만 무려 10개로 승부처에 유독 약했다. 설상가상 가을야구마저 현재까지 등판이 없다. 팀이 필요로 할 때 개인적 사유로 자리 비우며 커쇼를 방치하게끔 만든 원인이 되고 말았다.
![[사진] LA 다저스 태너 스캇.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09/202510091907778685_68e7911ee1356.jpg)
결국 로버츠 감독은 커쇼에게 멀티 이닝을 맡겼고, 최대한 길게 끌어주길 바랐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로버츠 감독은 이 같은 선택과 집중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레전드 투수를 방치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롭기 어렵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투구에 대해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는 투수인데 오늘은 슬라이더 제구가 되지 않았고,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패스트볼 제구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커쇼는 “힘든 2이닝이었다. 7회에 테오스카의 좋은 수비로 위기를 넘겼지만 좋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커맨드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웃을 잡는 것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애를 썼다. 즐겁지 않은 등판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동료 유격수 무키 베츠는 “보기 힘들었다”고 안타까워하며 “하지만 커쇼는 다저스타디움 앞에 동상이 세워질 선수다. 커쇼는 역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고, 첫 턴부터 명예의 전당에 오를 투수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8회 포구 실책을 범한 3루수 먼시도 “그런 모습을 보니 좋지 않았다. 땅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짧게 튄 타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처리했어야 했다”며 커쇼를 도와주지 못한 부분을 자책했다. 어쩌면 커쇼의 진짜 마지막 은퇴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료들도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waw@osen.co.kr
![[사진]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09/202510091907778685_68e7911f73ffb.jpg)